서울 SK 문경은 감독은 선수시절 3점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프로통산 610경기에 출전해 1669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는 KBL 역대 1위이자 당분간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선수시절 한국농구 역사상 최고의 슈터로 군림했던 문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자신과 같은 슈터를 만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SK는 문 감독이 팀을 맡은 기간동안 3점슛에 있어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5~2016시즌 정규리그 때 35.5%로 팀 3점슛 성공률 3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대부분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SK는 32.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10개 팀 중 6위였다. 문 감독은 가끔 식사자리에서 “내가 감독 생활을 하면서 3점슛 때문에 고민할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SK는 정규리그 막바지부터는 팀 훈련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가 테리코 화이트, 최준용, 이현석, 최원혁, 안영준 등을 대상으로 별도의 슈팅 훈련을 꾸준히 지도 해왔다.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둘째 치고 선수들로 하여금 3점슛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문 감독은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펼쳐진 원주 DB와의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5차전에서 제대로 ‘소원 풀이’를 했다. SK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방에서 3점슛을 터뜨렸다.
센터 제임스 메이스(25점·3점슛4개)가 4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4개의 3점슛을 터뜨렸고, 테리코 화이트(23점·9리바운드·11어시스트·3점슛 4개), 최준용(14점·3점슛 2개), 이현석(11점·3점슛 2개), 최원혁(3점·3점슛1개), 안영준(4점·3점슛1개), 김민수(10점·3점슛1개) 등 7명이 15개의 3점슛을 합작했다. 성공률은 무려 55.5%(27개 시도·15개 성공)에 이르렀다. 3쿼터에는 10개의 3점슛 중 무려 8개가 적중(성공률 80%)되면서 3쿼터 막바지에는 74-58까지 점수를 벌리기도 했다.
SK는 4쿼터 디온테 버튼(28점·7리바운드·6어시스트)과 두경민(24점·5리바운드)을 앞세운 DB의 거센 추격을 받기도 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화이트가 중요한 순간마다 3점슛을 터뜨리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또한 3쿼터까지 단 한 점도 올리지 못했던 김선형(4점)까지 득점에 가세해 힘을 보탰다.
결국 SK는 98-89의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결정전 2연패 뒤 3연승을 기록하면서 시리즈 주도권을 가져왔다. SK는 앞으로 1승만 거두면 1999~2000시즌 이후 18시즌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프로농구 역사상 2승2패 상황에서 5차전을 승리한 팀이 우승할 확률은 80%다. 문 감독은 선수들의 무더기 3점슛으로 승리의 기쁨과 함께 우승을 위한 80%의 확률을 함께 가져가는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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