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취소…KBO ‘신중’·선수단 ‘환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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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일, 김재호가 심각한 미세먼지에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오재일, 김재호가 심각한 미세먼지에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중국에서 날아든 미세먼지가 야구장의 풍경까지 바꿔 놨다. 6일 열릴 예정이던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잠실 두산-NC, 수원 KT-한화, 인천 SK-삼성전은 모두 미세먼지로 취소됐다. 강우와 강설, 한파에 취소된 적은 있어도 미세먼지가 이유인 적은 처음이다. 이날 잠실구장이 있는 서울 송파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426㎍/㎥까지 올라갔다. 수원KT위즈파크가 있는 수원시 조원동도 343㎍/㎥, 인천도 306㎍/㎥로 높았다.

KBO는 미세먼지 상황에 따른 취소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KBO리그 규약 27조 3항을 살펴보면 ‘경기 개시 예정 시간에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 있을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으로 확인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해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규정한다’고 적혀있다. 6일 수도권의 기상 상황은 기상청이 정한 주의보(150㎍/㎥)는 물론 경보(300㎍/㎥) 기준치까지 넘는다. KBO가 규정에 있는 그대로 판단 및 실행한 것이다.

이날 수원 경기를 담당했던 조종규 KBO 경기운영위원장은 “가장 먼저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께 죄송하다. 하지만 팬들과 선수단의 건강을 생각하면 취소가 맞다”며 “미세먼지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했다.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에 대한 취소 기준대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조종규 위원장은 6일 경기장에서 줄곧 KBO와 실시간 소통하며 취소 여부를 고민했다. KBO 측에서도 취소는 쉽지 않은 판단이었다. KBO는 개막 이후 경기 취소 여부와 관계없이 미세먼지 수치를 체크해왔다. 당장 6일도 문학과 수원은 가급적 경기를 하는 쪽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수치가 점점 올라간 탓에 취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KBO 관계자는 “팬들의 여론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취소가 맞았다. 미세먼지로 인한 취소를 남발해서는 안 되겠지만, 수치가 이렇게까지 악화일로를 걷는다면 앞으로도 취소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감독관이 선수들의 경기력 보호를 위해서 결정한 부분인 만큼 존중한다. 미세먼지와 추위에서 오는 부상 걱정이 많았는데 좋은 결정이다”고 밝혔다. KT 김진욱 감독 역시 “규정대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기준 이상으로 미세먼지가 심하면 관중들의 건강과 쾌적한 경기를 위해 취소가 맞다”고 강조했다. KT 황재균은 “미세먼지가 심할 때 경기하면 그 다음날 목이 엄청 아프다. 선수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중국 탓에 우리나라에 미세먼지가 오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고 어려움을 내비쳤다.

팬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6일 수원KT위즈파크를 찾은 한화팬 김철규(42) 씨는 “경기장에 올지 여부를 고민하는 것도 어려웠다. 나와 보니 미세먼지가 평소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매년 우천취소를 두고 팬들의 말이 많지만, 이번 결정은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KT팬 정덕호(22) 씨 역시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이정도면 선수들의 고통은 더욱 심하지 않을까”라며 취소 판단에 수긍했다. 첫 시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 상황을 감안한다면 일종의 성장통일 것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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