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 초기 존경하던 선배(이선규·KB손해보험)의 헌 배구화를 안고 잠들며 ‘최고 센터’를 꿈꾸었던 신영석(32·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의 새 역사를 썼다.
신영석은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시상식에서 센터로서는 최초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MVP는 레프트와 라이트의 전유물과도 같았다.
“센터를 선택한 것은 제 인생의 가장 잘한 선택입니다. 내년에 (감독님이) 다른 포지션을 시키면, 전 거절할 생각입니다.(웃음)”
이번 시즌 신영석은 높이로 리그를 지배했다. 정규리그 33경기를 뛴 신영석은 세트당 0.855개의 블로킹 득점을 기록하며 ‘블로킹 1위’에 올랐다. 적재적소에 터진 그의 블로킹은 4라운드 이후 현대캐피탈이 선두로 도약하는 원동력이었다. 남자부 센터 중에서 가장 많은 득점(289점)을 올리면서도 그의 공격성공률(61.22%)은 팀 내에서 가장 높았다.
센터는 주로 수비와 팀의 주포(레프트, 라이트)를 돕는 조연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올 시즌 신영석은 센터이면서도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의 맹활약에 ‘닮은꼴 외모’ 허재 한국농구국가대표 감독(53)의 별명(농구 대통령)을 따서 배구 팬들은 ‘배구 대통령’이란 애칭을 붙여 줬을 정도이다. 1월에 열린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도 그는 남자부 최고 득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영석은 “허재 감독님 덕분에 그런 별명을 얻었는데 아직 ‘대통령’이란 소리를 듣기엔 부족하다”며 “오히려 목표를 던져주신 것 같다. 언젠가는 ‘신영석은 배구 대통령다웠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여자부에서는 한국도로공사의 통합 우승(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이끈 이바나 네소비치(30·세르비아)가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시즌 세 차례(2, 3, 5) 라운드 MVP로 선정될 만큼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이바나는 “이번 시즌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내일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푹 쉬고 다음 시즌 다시 V리그에서 뛰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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