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종목 남아… 다음엔 눈물 흘리지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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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최민정, 女쇼트트랙 500m 한국 첫 금메달 도전 무산

최민정(왼쪽에서 세 번째)의 실격 사유가 된 경기 장면. 캐나다의 킴 부탱(왼쪽에서 두 번째)을 바깥쪽으로 추월하려다 왼팔로 상대를 가로막은 것으로 판정받았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민정(왼쪽에서 세 번째)의 실격 사유가 된 경기 장면. 캐나다의 킴 부탱(왼쪽에서 두 번째)을 바깥쪽으로 추월하려다 왼팔로 상대를 가로막은 것으로 판정받았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천장에 달린 전광판을 통해 실격 사실이 알려지자 관중들 사이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사상 첫 올림픽 500m 도전이 다음을 기약하게 된 순간이었다.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0)이 500m 메달 획득을 하지 못했다.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500m 결선에서 실격 처리됐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최초의 500m 금메달 도전이자, 이번 대회 전관왕의 꿈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준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42초422)을 새로 쓰며 결선에서 가장 안쪽 1번 라인을 배정받은 최민정은 이날 결승선을 2위로 통과했다. 캐나다의 킴 부탱(24)의 손에 잠시 밀려나기도 했지만 이내 페이스를 찾으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마지막 코너까지 선두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28)를 추월하려던 최민정은 폰타나와 불과 22cm 차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디오 판독을 해야 할 정도로 경합이었다.

그러나 추월 과정이 문제였다. 마지막 2바퀴를 남겨놓고 최민정이 바깥쪽으로 부탱을 추월하려다 왼팔로 상대를 가로막는 듯한 동작을 했던 게 문제가 됐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아쉽지만 실격 판정이 맞다”고 했다. 이 위원은 “2, 3년 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이 바뀌면서 추월을 시도하는 선수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전이경 본보 해설위원은 “최민정이 바깥쪽으로 부탱을 추월하려다 왼손을 부탱의 안쪽으로 넣은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부탱이 최민정을 밀친 동작은 그 이후에 발생했기에 최민정의 동작을 실격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슴을 졸이며 진출한 결선이었다. 이날 4조에서 준준결선을 한 최민정은 비디오 판독 끝에 2위로 준결선에 합류했다. 3위 이탈리아의 마르티나 발체피나(26)와 불과 0.027초 차였다. 이어진 준결선에서는 올림픽 신기록을 쓰며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지만 끝내 결선에서는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최민정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42), 진선유(30)도 품에 안지 못한 500m 제패에 도전했던 최민정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근력을 극복하기 위해 비시즌에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시즌에는 매일 200∼300바퀴씩 돌며 힘을 키워 왔다. 52kg대였던 체중도 현재 54kg으로 늘었다. 하루에만 10시간 훈련을 했다.

최민정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지금 눈물을 흘리는 건 그동안 힘들게 준비했던 게 생각나서 그렇다. 하지만 속은 시원하다”고 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내가 더 잘했다면 부딪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겠다고 했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 세 종목이나 남았다. 다음 경기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최민정은 1500m(17일), 3000m 계주(20일), 1000m(22일)에 나선다.

최민정과 경합을 벌였던 폰타나는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부터 4번째 도전 만에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은메달은 결승선을 세 번째로 통과한 네덜란드의 야라 판케르크호프(28), 동메달은 네 번째 부탱의 차지가 됐다.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평창올림픽#최민정#금메달#탈락#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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