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7|‘희로애락’으로 돌아본 2017년 한국축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5시 45분


살얼음판을 걷던 축구대표팀이 다시 비상했다. 일본 도쿄에서 최근 막을 내린 ‘2017 EAFF E-1 챔피언십’에서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4-1로 물리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우승보다 한일전 승리가 훨씬 값지게 다가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살얼음판을 걷던 축구대표팀이 다시 비상했다. 일본 도쿄에서 최근 막을 내린 ‘2017 EAFF E-1 챔피언십’에서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4-1로 물리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우승보다 한일전 승리가 훨씬 값지게 다가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내년 6월엔 웃어라! “대~한민국”

한국축구의 2017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행복한 기억도 많았지만 그만큼 어두운 시간 또한 있었다. 그리고 아픈 순간과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만한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외부에서 바라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유난히 긴 한해였다”는 한 원로 축구인의 이야기는 괜한 표현이 아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 형태로 대한민국 축구의 1년을 되돌아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희(喜)

한일전 대승으로 E-1 챔피언십 우승…여자팀도 아시안컵 진출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의 12월은 따스했다. 희망이 다시 찾아왔다. 한·중·일·북한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 도쿄에서 막을 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에서 한국은 2승1무(승점 7)의 성적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인 2015년 우승 이후 2회 연속 정상이다. 물론 단순히 타이틀을 획득했기에 기쁜 것은 아니었다. 우승 그 자체보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4-1로 물리쳤다는 사실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적지에서 펼쳐진 한일전에서 우리가 승리한 것은 2010남아공월드컵 직전 사이타마에서 벌어진 친선경기가 마지막이다.

앞서 태극낭자들도 낭보를 전해왔다. 4월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지역예선에서다. 윤덕여(56) 감독의 여자대표팀은 ‘난적’ 북한을 상대로 귀중한 무승부를 거둬 골 득실차로 내년 4월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본선티켓을 획득했다. 여자아시안컵에는 2019년 프랑스에서 개최될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본선 출전권 5장이 걸려있다. 물론 북한은 한국에 막혀 월드컵 출전에 실패했다.

신태용(오른쪽)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한국축구는 통산 10회 월드컵 본선진출을 달성하자마자 ‘거스 히딩크 감독 재부임’ 루머에 발목이 잡혔다. 후유증에 시달리던 대한축구협회는 임원진을 대폭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스포츠동아DB
신태용(오른쪽)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한국축구는 통산 10회 월드컵 본선진출을 달성하자마자 ‘거스 히딩크 감독 재부임’ 루머에 발목이 잡혔다. 후유증에 시달리던 대한축구협회는 임원진을 대폭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스포츠동아DB

● 로(怒)

히딩크 논란으로 이어진 대표팀 부진…축구협회, 여론에 뭇매

9월 타슈켄트에서 치러진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10차전에서 대표팀은 0-0 무승부를 거두며 조 2위를 확보해 통산 10회, 9회 연속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대표팀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전혀 예기치 않은 루머였다. 2002한일월드컵 4강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대표팀을 맡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 임직원과 유럽 미팅에서 히딩크 감독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런데 다시 화살은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히딩크 감독이 정말 복귀하고 싶은지 여부가 아닌, 김호곤 전 부회장과 히딩크 측근의 접촉 여부가 문제가 됐다. 한참 핵심을 벗어난 사안이었음에도 잔뜩 성이 난 여론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다. 결국 협회는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고 조진호 감독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며 축구계는 온통 슬픔에 젖었다. K리그를 비롯한 모든 한국축구 구성원들이 애도의 물결에 동참하는 한편, 축구인들의 건강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스포츠동아DB
고 조진호 감독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며 축구계는 온통 슬픔에 젖었다. K리그를 비롯한 모든 한국축구 구성원들이 애도의 물결에 동참하는 한편, 축구인들의 건강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스포츠동아DB

● 애(哀)

조진호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이광종 감독도 투병 끝 별세

그라운드에서 서글픈 사고가 발생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던 조진호 감독이 10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향년 45세. 출근을 위해 숙소를 나오던 중 쓰러졌다. 항상 유쾌했고,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는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고(故) 조진호 감독의 생전 모습을 돌아봤고, 특별 공로상을 수여하며 고인을 기렸다. 연맹은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K리그 전 구단 코칭스태프의 건강검진 결과 제출을 의무화했다. 유소년 선수들을 전담하는 주치의 제도도 시범 도입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훌륭히 지도하고 2014인천아시안게임 우승을 일군 이광종 감독이 향년 52세 나이에 급성 백혈병으로 오랜 투병 끝에 별세하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U-20 월드컵을 통해 미래의 새싹이 돋아났다. 백승호(왼쪽)와 이승호는 폭발적인 활약을 앞세워 한국 U-20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공격 콤비의 확실한 등장에 모두가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스포츠동아DB
U-20 월드컵을 통해 미래의 새싹이 돋아났다. 백승호(왼쪽)와 이승호는 폭발적인 활약을 앞세워 한국 U-20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공격 콤비의 확실한 등장에 모두가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락(樂)

이숭우·백승호 등 U-20 월드컵 활약…이강인 등 영건들 성장

A대표팀이 최악의 롤러코스터를 탔으나 어린 태극전사들은 한껏 물이 올랐다.

5~6월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한국은 충분히 선전했다. 비록 포르투갈에 밀려 16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으나 잉글랜드~아르헨티나~기니와 묶인 조별리그를 당당히 통과해 희망을 안겼다. 당시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망주로 성장한 이승우(19)와 백승호(20)의 폭풍 성장이 반가웠다. 대회 종료 후 이적을 택한 이승우는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로, 백승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지로나의 2군 선수단 CF페랄라다로 옮겨 한 걸음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밖에 과거 공중파 프로그램을 통해 눈길을 사로잡은 이강인(16)은 스페인 명문 발렌시아CF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는 모습으로 밝은 내일을 예감케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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