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감독’ 고종수, 대전의 ‘달라질’ 내일을 그리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일 05시 30분


코멘트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30여년 프로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고종수(39)가 ‘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은 최근 대대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 김호(73)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대표이사로 모셔온데 이어 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제11대 사령탑.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다. 고 감독은 수원 삼성 산하 유스팀인 매탄고 코치부터 차근차근 성장하긴 했지만 감독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것을 판단하고, 최종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짊어져야 할 역할이기에 굉장히 무게감이 크다.

현역 시절, 워낙 톡톡 튀었던 성향 탓에 고 감독의 선임을 바라보는 축구계의 시선은 정확히 양분됐다. 산전수전 많은 경험을 한 만큼 알차게 팀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천천히 기다려주기 어렵고 당장의 성적도 급한 챌린지 구단의 현실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고 감독은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어찌됐든 모든 결정이 이뤄졌다. 번복은 없다. 대전은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감독의 취임을 공식화했다. 대전은 최악의 풍파에 직면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이해 새 시즌 클래식(1부리그) 재 승격을 목표했으나 ‘꼴찌’에 머물렀다.

만약 3부리그가 있었더라면 또 한 번의 강등이 불가피한 성적이다. 그 사이 팬들은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다음 시즌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그래도 기대감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대전 감독 시절 김호-선수 시절 고종수.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대전 감독 시절 김호-선수 시절 고종수.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수원과 대전을 오가며 사제의 연을 맺고 찰떡궁합을 선보인 김호-고종수 라인업이 위태로운 대전을 되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분명 존재한다. 일단 첫 흥행은 성공적이다. 우려와 걱정, 비판 역시 또 다른 관심의 표현이다. 많은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고 감독은 “과거 대전축구의 부흥을 이끌어내겠다. 클래식으로 승격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선언했다. 한 때 대전은 ‘축구특별시’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존재감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하위 클럽이 됐다.

승리하는 길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선수단은 자신감이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승리의 DNA를 심어주겠다. 모든 구성원이 오직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향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고 감독의 이야기다.

대전의 부름을 받고 고 감독도 잠시 고민을 했다.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프로 지도자의 길을 시작했다면 언제든 꼭 거쳐야 할 위치다. 다행히 김 사장도 곁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흔들리는 제자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매정하게 뿌리칠 수 있는 스승은 많지 않다. 다만 서로 간의 선은 명확하게 지켜야 한다. 고위층에서의 과도한 관심은 자칫 간섭이 될 수 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고 감독은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 선배’ 김진우를 코치로 영입했고, 선수단 파악과 개편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 물갈이는 불가피하다.

여기에 대전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대전 수뇌부는 선거철과 운명을 함께 해왔다. 20년간 반복한 구태를 굳이 답습할 필요는 없다. 의견이 다르다고,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제 갓 출항할 ‘고종수호’를 흔들어선 안 된다. 믿어주고 지원하고 부족함은 보듬어주는 신뢰와 인내도 필요하다.

고 감독은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반짝하고 사라진 선수 시절을 밑거름삼아 ‘감독’ 고종수는 다르다는 걸 입증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