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이스하키 첫 메달 꿈꾸는 ‘빙판 위의 메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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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 개막 D-100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최근 제작한 캠페인 광고의 한 장면. 2018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 홍보대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 정승환(왼쪽)이 출연했다.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타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양 끝에 픽(pick)과 블레이드
(blade)가 달린 두 개의 스틱을 사용한다. 픽은 썰매를 지칠 때, 블레이드는 퍽을 때릴 때 쓴다. 강원도 제공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최근 제작한 캠페인 광고의 한 장면. 2018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 홍보대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 정승환(왼쪽)이 출연했다.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타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양 끝에 픽(pick)과 블레이드 (blade)가 달린 두 개의 스틱을 사용한다. 픽은 썰매를 지칠 때, 블레이드는 퍽을 때릴 때 쓴다. 강원도 제공
“가족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추석인데 내년에는 설에도 못 만날 것 같습니다. 패럴림픽에서 꼭 메달을 딴 뒤 활짝 웃으며 만나고 싶네요.”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 가운데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 정승환(31·강원도청)이 있다.

정승환은 다섯 살 때 오른 다리를 잃었다. 공사장에 쌓아 놓은 파이프 더미가 혼자 놀던 그를 덮쳤다. 의족은 그때부터 몸의 일부였다. 운동을 좋아했던 정승환은 축구를 할 때도, 농구를 할 때도 의족과 함께했다. 2004년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는 달라졌다. 의족을 벗고 슬레지(Sledge·썰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하자마자 동료들 사이에서 ‘독종’으로 불리던 정승환은 입문 2년도 안 돼 태극마크를 달았고, 어느새 대표팀의 에이스로 불렸다. 정승환이 2014년 소치 겨울패럴림픽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상대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자 현지 언론들은 그에게 ‘로켓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크지 않은 체격(167cm, 53kg)이지만 누구보다 빨라서였다. ‘빙판 위의 메시’도 그를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다.

“2005년 처음 나갔던 토리노 겨울패럴림픽 예선은 지금도 생생해요. 출전 티켓을 따지 못해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요. 가장 좋았던 순간은 2012년 노르웨이 세계선수권대회였어요. 그때 처음으로 A-Pool(상위그룹) 대회 은메달을 땄거든요.”

당시 우승은 미국이 차지했지만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그의 몫이었다.

정승환은 개막을 100일 남긴 29일 오후 캐나다로 출국한다. 한국, 캐나다, 미국, 이탈리아 4개국이 출전하는 ‘캐나다 챌린지컵’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참가국이 많지는 않아도 모두 아이스하키 강국이에요. 게다가 내년 평창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팀들이죠. 내년 1월에도 일본에서 대회가 있긴 한데 미국과 캐나다가 참가하지 않습니다. 이번 대회가 최고의 ‘실전 리허설’인 셈이죠.”

한국은 이 종목에서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부터 2회 연속 본선 무대(8개국 출전)를 밟았지만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기에 그만큼 기대도 크다.

“올해 강릉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는데 평창에서는 그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일단 결승 진출을 목표로 선수들이 많은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정승환은 최근 동료들과 함께 패럴림픽 캠페인 영상을 찍었다. G―100일인 29일부터 선보일 이 영상에는 정승환을 포함한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홍보대사를 맡은 뒤 유엔본부도 다녀오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패럴림픽을 알게 되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패럴림픽 개최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겨울패럴림픽은 1972년 스웨덴 외른셸스비크에서 처음 열렸다. 한국은 제5회 1992년 티뉴-알베르빌(프랑스) 대회부터 참가했다. 2014년 소치까지 7회 연속 출전했지만 은메달 2개가 전부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금메달 획득을 포함해 톱1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장애인 아이스하키#평창 겨울패럴림픽#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에이스 정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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