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최지만, “이제 진정한 도전시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5시 30분


8년의 시간 동안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진정한 도전을 시작한다. 최지만이 야구공을 잡고 활짝 웃었다. 꿈을 향해 던질 내년 봄을 기다리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8년의 시간 동안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진정한 도전을 시작한다. 최지만이 야구공을 잡고 활짝 웃었다. 꿈을 향해 던질 내년 봄을 기다리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동산고 시절 대형 포수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최지만(26)은 고교 3학년 때인 2009년 시애틀과 계약금 42만5000달러에 사인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귀여운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던 고교생은 이제 스물여섯 늠름한 메이저리그(ML) 플레이어로 돌아왔다. 올해 ML 최고 명문 팀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한 뒤 현재 고향 인천에 머물고 있는 최지만은 양키스와의 계약 종료로 여러 팀의 영입 제안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묵묵히 내년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최지만은 자신보다 꼭 10년 전 미국무대에 도전했던 최희섭(MBC 스포츠+ 해설위원)에 이어 ML에서도 매우 보기 힘든 동양인 1루수 거포다.

류현진(LA 다저스) 등 KBO리그 출신 ML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최지만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의미 있는 여정을 밟고 있다.

2010년 마이너리그에서 첫 발을 내딛은 후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할 때까지의 온갖 역경을 이겨낸 노력,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양키스에서 펼친 주전경쟁 등 그동안의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20대를 보내고 있는 최지만을 23일 만났다. 그는 “이제 진정한 도전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LA 에인절스 시절 최지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A 에인절스 시절 최지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0년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해 지난해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올해는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다. 이제 야구선수로 최전성기가 시작될 나이다. ML 중에서도 메이저 팀인 양키스 생활은 어땠나.

“다른 팀은 그렇지 않은데 양키스는 트리플A 경기에도 취재진이 많이 온다. ML 경기에는 시즌 중 취재진만 50여명에 이른다. 양키스 선수들에게 구단 코칭스태프들이 경의를 표하더라. 어떠한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수들이 최고 중에 최고의 대우를 받는 팀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양키스만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매 경기 전쟁터처럼 비장하다. 다나카 마사히로가 등판하는 날에는 취재진이 워낙 많아 외국 기자들은 일본 프레스만 클럽하우스 출입이 허락되기도 했다. 한국 기자분들에게 ‘야구 더 잘하겠다’고 했다(웃음).”

-2010년 미국으로 떠날 때와 KBO리그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한동안 아마추어로 계약해 빅리그에 도전하던 시기였다면 지금은 KBO리그 출신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솔직히 미국에서도 한국에서 오신 분들보다 현지 분들이 나를 더 많이 알아보신다. 한국 팬들이 KBO 출신들을 더 열심히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마이너리그 때부터 응원해주고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께 보답해야한다는 다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

뉴욕 양키스 시절 최지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욕 양키스 시절 최지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9년 많은 고교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팀들과 계약을 했다. 유독 야수(6명)들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2010년 2월 고교졸업생들은 KBO사상 첫 전면드래프트 대상자였고 ML 스카우트의 관심이 집중됐다).

“함께 미국으로 간 동기생들이 7명이다. 한 명씩 한명씩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으로 돌아갔다. 외로움이 크게 밀려왔다. 처음에는 실망시킬 수 없다는 마음으로 버텼고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프로야구선수’라는 직업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신념이 커졌다.”

-KBO에서 성공적으로 출발했으면 내년 시즌 후 벌써 프리에이전트(FA)가 됐을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마이너리그에서 역경을 딛고 빅리그까지 올라섰다.

“사람이라서 당연히 ‘한국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은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남들보다 월등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더 많이 배우며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더블A까지는 참 빨리 올라갔다. 어려움 보다는 그러한 성취가 더 컸다. 그러나 트리플A에서부터 감정의 고통이 시작되더라. 한 명이 콜업 되면 ‘왜 내가 아니라 저 선수가 올라갔지?’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열심히 달려서 마지막 관문 앞에 섰기 때문에 모두가 더 조급해지는 것 같다.”

최지만.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최지만.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룰 드래프트5로 지명 될 정도로 마이너리그에서 핵심 유망주로 꼽혔다. 빅리그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어제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큰 기대를 받는 선수가 됐다. 새 팀과 계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오늘도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받았다. 여러 팀에서 제안이 오고 있다.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라’는 말을 믿고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

-지난 8년의 시간은 메이저리그에서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도약기였다. 앞으로 야구인생을 위해 어떤 다짐을 하고 있나?

“‘이제 10년 밖에 남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매년 후회다. 시즌이 시작되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점점 더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비 시즌도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있다. 올해도 큰 응원 보내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앞으로 항상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10년 동안 후회 없이 뛰고 싶다. 이제 진정한 도전의 시작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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