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알던 이재영으로 돌아오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3일 05시 30분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서울 GS칼텍스와 인천 흥국생명의 경기가 열렸다. 흥국생명이 이재영이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서울 GS칼텍스와 인천 흥국생명의 경기가 열렸다. 흥국생명이 이재영이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흥국생명 이재영(21)이 울었다. 예전처럼 세상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흘린 눈물이 아니었다.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했다’는 성취감의 눈물이었다.

흥국생명은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전에서 세트스코어 3-0(27-25 25-20 25-23)으로 이겼다. 4연패를 끊고, 꼴찌에서 벗어났다. 히어로는 단연 레프트 이재영이었다. 홀로 25점을 올렸다. 이 중 서브 득점이 3점이나 됐다. 공격성공률은 42.31%에 달했다.

흥국생명은 1세트 외국인선수 심슨이 부상으로 빠지는 돌발 악재를 만났다. 21-24까지 밀렸다. 여기서 역전을 해내며 분위기를 탔다. 24-23으로 쫓기던 3세트 끝내기 점수도 이재영의 스파이크로 나왔다.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서울 GS칼텍스와 인천 흥국생명의 경기가 열렸다. 흥국생명이 이재영이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서울 GS칼텍스와 인천 흥국생명의 경기가 열렸다. 흥국생명이 이재영이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GS칼텍스는 이재영에게 서브를 집중시켰다. 이재영은 리베로 김해란 다음으로 많은 서브를 받았다. 그럼에도 18개의 서브 리시브를 모두 세터 조송화에게 보냈다. 이 중 8개는 정확한(세터 반경 1m 이내로 넘겨주는) 리시브로 기록됐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통통 튀는 매력까지 흥국생명의 ‘핑크 폭격기’에 걸맞은 경기력이 드디어 나왔다. 2016~2017시즌 스무 살 나이에 V리그 정규시즌 MVP로 이미 정점을 찍은 이재영이다. 그러나 세간의 높아진 기대치는 이재영에게 늘 그 이상을 요구했다.

하필 몸이 좋지 않았다. 허리와 어깨 등이 정상이 아니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이재영이 60%의 컨디션으로 올 시즌 개막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경기를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될 형편이었다. 게다가 팀 성적까지 바닥을 헤매며 이재영의 마음은 편할 리 없었다.

12일 GS칼텍스전은 ‘우리가 알던 이재영’으로 돌아온 모멘텀이었다. 심슨이 빠지자 박 감독은 “네가 용병처럼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그 이상의 위력을 발산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인 이재영. 사진|KBSN SPORTS 캡쳐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인 이재영. 사진|KBSN SPORTS 캡쳐

경기 직후 이재영은 옅은 미소를 띄며 “나만 운 것이 아니다. 팀원 모두가 울었다. 꼭 이기고 싶었는데 해내서 눈물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구는 어려울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재미있다. 지금은 힘들어도 이 모든 것이 결국 성장을 위한 과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이 시련 속에서 성숙해졌다.

장충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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