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 오재일 “비우니까 채워지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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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두산 오재일이 우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두산 오재일이 우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마디로 ‘미쳤다’는 표현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두산 오재일(31)이 2017년 최고의 가을남자로 떠오르고 있다. NC와 만난 플레이오프(PO)에서 홈런의 역사를 쓰더니 한국시리즈(KS)에서도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오재일은 PO 4차전에서 4홈런과 9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포스트시즌(PS) 한 경기 최다홈런과 최다타점 기록을 갈아 치웠다. PO 4경기에서 기록한 5홈런도 역대 PS 단일시리즈 최다홈런 신기록. 두산이 KS 무대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사흘간의 휴식으로 방망이가 식을 법도 했지만 그는 KS 1차전에서 또 홈런포를 토해내며 5-3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하루가 지난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KS 2차전을 앞두고 오재일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타격 훈련 후 덕아웃에 들어오자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그는 이런 관심에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날 5회에 친 솔로홈런은 오른쪽 외야 관중석 사이에 있는 KIA 자동차 스팅어 홈런존을 맞혔다. 올해 연봉 1억9800만원을 받는 그는 39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가져가는 행운도 누렸다. 이에 대해 오재일은 “차가 작아서 (덩치가 큰) 내가 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웃더니 “차는 관심이 없다. 팀이 이긴 게 너무 좋다”고 겸손해 했다.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두산 오재일이 우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두산 오재일이 우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는 한때 존재감이 미미한 선수였다. 2005년 야탑고를 졸업한 뒤 현대에 입단한 그는 쟁쟁한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넥센 소속이던 2012년 7월 9일 이성열과 트레이드 돼 두산으로 이적했다. 당시만 해도 두산 팬들은 이 트레이드를 놓고 성토를 했다. 2010년에 24홈런이나 때린 이성열을 주고 통산 홈런이 6개 밖에 없는 오재일을 데려왔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그때의 트레이드가 점점 성공작으로 판명 나고 있다. 2015년 66경기에서 15홈런을 때리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100경기 넘게(105경기) 뛰며 타율 0.316(380타수 120안타)에 27홈런, 92타점을 올리며 두산 타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128경기에 나서 타율 0.306(412타수 126안타)으로 2년 연속 3할을 쳤고, 26홈런과 89타점을 올리며 중심타자로 제몫을 해냈다.

그는 과거엔 변화구에 약점이 많은 타자로 분류됐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다. 지난해 KS에서는 17타수 1안타(타율 0.059)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강타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가을엔 완전히 ‘크레이지 모드’로 돌아섰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비우자 채워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변화구에 안 속으려고 했거든요. 속으면 또 그것만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죠. 요즘엔 변화구 오면 속으로 ‘속자’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넥센 시절 송지만(현 넥센 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변화구에 너무 위축돼 있는 그에게 선배는 “그걸 치면 투수들은 뭘 먹고 사느냐”며 속더라도 자신 있게 스윙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지금은 변화구에 속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죠. 대신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올 가을에 이상하게 나한테 실투가 많이 들어오네요. 잘 맞으니 타석에서 더 편해지고 있습니다.”

광주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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