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 4월 1할대에서… 위풍당당 타격 2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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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2년차 맹활약 두산 박건우
‘출루율+장타력’ OPS도 리그 5위, 19홈런-20도루로 ‘20-20’ 눈앞… 홈런 1개만 더하면 구단 사상 처음

두산 박건우
지난해 두산 박건우(27)는 도루 3개가 부족해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이 무산됐다. 당시 박건우는 아쉬웠을 텐데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이) 자꾸 못 뛰게 하시길래 큰 경기(한국시리즈)가 남아서 저를 아껴주시는 줄 알았어요. 근데 감독님은 모르고 계셨더라고요. 내년에 해야죠.”

종착역을 눈앞에 둔 올 시즌에는 도루부터 먼저 채웠다. 24일 kt전을 앞두고 19홈런-17도루를 기록 중이던 박건우는 이날 도루 3개를 쓸어 담아 시즌 20도루를 달성했다. 이제 20-20까지 남은 건 홈런 하나.

20-20은 박건우 개인을 떠나 두산에도 소중한 기록이다. 두산은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데도 20-20 클럽 가입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신생팀 kt를 제외하고 20-20 타자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한 지붕 두 가족 LG만 해도 20-20 타자가 3명(송구홍, 김재현, 이병규)이나 된다.

풀타임 2년차인 박건우가 구단 최초 20-20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두산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한다. 박건우는 당초 김태형 감독이 “홈런을 20개나 칠 줄은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20-20 달성을 위해) 작전이라도 걸었을 것”이라던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데뷔 첫 풀타임을 치르며 박건우는 3할 타율(0.335)에 OPS(출루율+장타력)도 0.940에 달했다.

2년차를 맞은 올 시즌에는 더 큰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페이스는 답답하기만 했다. 개막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타율을 ‘할’ 단위에도 못 올렸다. 삭발까지 해봤지만 4월 21일까지 타율 0.180, 홈런 0개에 그치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운 좋게 ‘반짝 활약’에 그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았다.

하지만 조급함을 내려놓고 돌아온 박건우는 6월 중순부터 3할 궤도에 안착했고 후반기에는 리그 유일의 4할 타율(0.422)의 맹타를 휘둘렀다. 어느새 시즌 타율도 선두 김선빈(0.379)을 위협하는 2위(0.370)다.

27일 현재 박건우는 OPS도 1.012로 5위다. 그를 제외한 1∼4위는 최정(SK), 로사리오(한화), 최형우(KIA), 김재환(두산)으로 모두 리그를 주름잡는 4번 거포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박건우는 이런 말을 했다. “솔직히 (지난 시즌을) 다시 돌려봐도 ‘아,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성적은 2군에서나 하던 건데…. 물론 올해도 제 마음속엔 큰 욕심이 있고 자신도 있어요. 하지만 겉으로 꺼내고 싶진 않아요. 이루고 나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겨울 박건우에게 들을 얘기가 참 많을지도 모르겠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야구#박건우#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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