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 “챔프전 꼭 가보고 싶지만, 무조건 다그칠 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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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LG 현주엽 감독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현주엽 LG 신임 감독. 그는 ‘라이벌이었던 서장훈과 감독으로 다시 맞붙는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재밌을 것 같아요. 지금 서장훈이라는 이름이 유명하잖아요. 예전에 농구에 관심 있었던 분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관심을 가질 수 있으니 농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현주엽 LG 신임 감독. 그는 ‘라이벌이었던 서장훈과 감독으로 다시 맞붙는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재밌을 것 같아요. 지금 서장훈이라는 이름이 유명하잖아요. 예전에 농구에 관심 있었던 분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관심을 가질 수 있으니 농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4일 경기 이천의 한 외딴길. 요양병원으로 이어지는 숲길의 고요는 쉼 없이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한 건장한 사내들의 ‘악’ 소리로 깨졌다. 가파른 언덕 70m 왕복달리기를 몇 차례 반복한 이들의 입에서는 “죽겠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프로농구 LG 선수단의 야외 체력훈련 현장이다. 일그러진 얼굴들 사이에 유독 호탕한 웃음으로 가득 찬 인물이 보였다. 현주엽 LG 감독(42)이었다. 4월 처음 프로 사령탑에 오른 그는 “원래 김종규, 김시래, 조성민이 재활로 팀 훈련을 함께 하지 못하는데 오늘은 한번 뛰어 보겠다고 해 같이 왔다. 8월이 다 돼야 정상 가동이 가능한 선수들이 열심히 하겠다고 뛰는 거 보니 기분이 좋아 좀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최근 한 TV ‘먹방’ 프로그램에서 “최고 기록을 깨보고 싶다”며 음식 51인분을 해치우고 신기록을 세웠다. 뭐든 지고는 못 견딜 만큼 승부욕이 강한 그다. 하물며 시대를 풍미한 선수 생활을 보내고도 한 번도 밟지 못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욕심은 얼마나 클까. 하지만 현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다그치기보단 기량 향상에 신경을 쓰면서 선수들 스스로 목표를 높게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되고 나니 (이)상민이 형이 제가 상민이 형 (삼성) 감독 됐을 때 했던 조언을 똑같이 하더라고요. 제가 ‘아마 형 하던 대로 하길 기대하면 답답해서 못 할 거다. 눈높이 낮춰라. 그러다 암 걸린다’ 했었거든요(웃음). 저도 제가 원하는 것만 강조하기보다는 선수들의 상황, 플레이를 잘 알고 있어야 주문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가 틈 날 때마다 선수들에게 다가가 짓궂은 장난도 치고 농담도 거는 이유다. “제 경험상 감독이 제 얘기도 들어주고 이런 이유로 나에게 어떤 주문을 한다, 이런 식의 대화가 됐을 때 선수로서 뛰기도 좋고 스태프도 이해하려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선수들 얘기도 들어줄 건 들어주고, 무엇보다 왜 이런 훈련을 하고 왜 이런 주문을 하는지 이해시키려고 해요.”

LG 선수단은 지난달 28일부터 주 6일(월∼토)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합숙훈련에 매진 중이다. 훈련 초반 현 감독은 아침 식사 전에 슈팅 훈련을 추가해 하루 총 4번의 운동을 시킬 만큼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소통’을 강조한 현 감독은 선수들의 고충을 듣고 한발 물러서 슈팅훈련을 분산시켰고 훈련 횟수는 하루 3회로 줄였다.

이런 그에게 요즘 가장 큰 벽은 막내 박인태(22)다. 하루에 “예, 알겠습니다” 두 마디 빼고 웬만해선 입을 열지 않는단다. 그 때문에 현 감독은 부상으로 훈련에 함께하지 못하는 주장 조성민을 대신할 임시 주장도 박인태에게 맡겼고 “훈련 끝나고 할 말을 최소 30초로 준비하라”는 엄포도 놨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도 얘기를 안 하면 모르잖아요. 본인이 어디가 안 좋은지,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은지. 성격이 좀 바뀌면 좋겠다 싶어서 코치들에게도 계속 괴롭히라고 했어요. 올 시즌 꼭 성장해줘야 할 선수이기도 하고요. 박인태가 더 발전하면 김종규(207cm), 박인태(200cm)와 단신 외국인 한 명 조합으로도 싸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현 감독의 노력은 이날 빛을 봤다. 훈련 후 오겹살 회식 자리에서 현 감독 옆 자리에 끌려온 박인태가 “저희 커피 좀 마시고 들어가겠다”고 말해 코칭스태프를 ‘빵’ 터뜨렸다. 현 감독에게 카드를 받아내고 의기양양하게 커피숍으로 향하는 박인태를 보며 현 감독은 “곧 욕도 할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이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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