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서 ‘한 방’ 싸움… 누구도 안 말리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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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룸메이트 한동민-최정 홈런대결

‘한방’에서 ‘한 방’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동민과 최정. 최근 2, 3번 타자로 나란히 나서 홈런 순위 1, 2위에 올라 있는 두 선수는 상대 투수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거포군단’ SK를 든든히 받치는 대들보다. 동아일보DB

집안싸움이 극에 달했지만 말릴 생각은 없다. SK 힐만 감독에게는 요즘 불구경보다 재미있는 게 소속 팀 한동민(28)과 최정(30)의 인정사정 볼 것 없는 ‘홈런왕 대결’이다.

한동민은 11일 LG전에서 올 시즌 10개 구단 선수 중 가장 먼저 20호 홈런을 신고했다. 시즌 10홈런 고지를 선점했던 팀 선배이자 룸메이트, 그리고 지난 시즌 홈런왕인 최정을 밀어낸 기세가 무섭다.

당초 올 시즌 홈런왕은 NC 스크럭스(30)가 NC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밀워키로 떠난 테임즈(31)를 대신해 최정과 경쟁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스크럭스는 9일 경기 후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4월에만 12홈런을 날린 최정은 5월 초 손가락 부상 후 주춤거리고 있다. 그 사이 한동민은 6월에만 5홈런을 추가하며 홈런왕 레이스 속도를 끌어올렸다.

시즌 첫 홈런부터 4경기 연속 ‘아치’를 그리며 힐만 감독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한동민은 한번 올랐다 하면 식지 않는 타격감으로 벌써 9번째 연속 홈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주로 3번 타자 최정 뒤 4∼5번 타순에서 장타력을 과시하던 한동민은 최근 리드오프 조용호(28)의 부상으로 나서는 2번 타순에서도 타율 0.421(19타수 8안타) 4홈런 5타점 2볼넷으로 힐만 감독이 추구하는 ‘강한 2번 타자’ 역할도 완벽히 수행 중이다.

파워와 정확도가 모두 향상된 한동민에 대해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원래 파워는 있는 선수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 때 동민이가 원 바운드로 떨어지는 공에도 방망이가 돌아갈 만큼 짧고 급하게 스윙을 한다고 해서 타이밍을 길게 잡고 치는 연습을 했다. 연습 때는 타이밍을 훨씬 길게 잡고 치면서 감을 익히고 경기 때는 알아서 치라고 했는데 경기 때 직구 타이밍을 노리고도 체인지업으로 홈런을 칠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정 코치 역시 공교롭게 ‘한방’에서 펼쳐지고 있는 홈런왕 싸움을 ‘즐감’ 중이다. 한동민이 20호 홈런을 친 뒤에는 “어떻게 네가 홈런을 칠 때마다 최정이는 점점 슬럼프에 빠지냐”는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연일 홈런포를 쏘는 한동민은 “내가 어떻게 홈런을 쳤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최근 주춤한 최정은 “내가 왜 이렇게 쳤는지 모르겠다”고 한단다. 그래도 정 코치는 둘 모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정은 몸만 안 아프면 제 몫을 다해요. 한 해에 40홈런을 친 타자인데요. 손가락이 불편하다 보니 스윙이 무너진 상태라 좋았을 때의 스윙만 찾아주려고 하고 있어요. 동민이한테도 어떻게 쳤는지 모르는 게 정상이라고 했어요. 홈런 치고 싶다고 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연습한 게 몸에 배 나도 모르게 나오는 거죠.”

한 지붕 홈런전쟁 효과는 뚜렷하다. SK에는 벌써 두 자릿수 홈런 타자만 4명(한동민, 최정, 김동엽, 로맥)이다. 2∼8번까지 홈런 타자로 꽉 차 있다 보니 “우리 팀은 안타를 못 쳐요”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교체 선수로 합류한 외인 타자 로맥은 5월 11일부터 경기에 나와 벌써 12홈런을 찍었다. 홈런왕 타이틀을 두고 집안싸움이 더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힐만 감독 역시 그저 바라볼 뿐이다. “선수들 모두 홈런왕 욕심이 있을 것이다. 우리 팀에서 여러 명이 홈런왕 후보로 이름을 올려 기쁘다. 외부 경쟁뿐 아니라 내부 경쟁은 선수들이 더 큰 잠재력을 끌어내도록 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sk 와이번스#한동민#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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