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엔 호날두 호령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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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결승 2골 레알 2연패 이끌고… 5연속 득점왕 오르며 메시도 제쳐
통산 600골째… ‘발롱도르’ 유력
2년차 지단 감독 지도력도 빛나… 팀 59년 만의 ‘메이저 더블’ 위업

철옹성 같던 유벤투스(이탈리아)의 골문도 레알 마드리드(레알·스페인)의 공격은 막지 못했다. 레알이 4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유벤투스를 4-1로 완파했다. 1955∼1956시즌 유러피안컵으로 시작한 이 대회가 1992∼1993시즌 지금의 이름으로 재편된 이후 2년 연속 우승을 한 팀은 레알이 처음이다. 레알은 유러피안컵을 포함해 통산 최다인 12회 우승을 달성했다. ‘레알의 두 남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가 그라운드를 휘젓고, 지네딘 지단 감독(45)이 냉철하게 벤치에서 지휘한 결과였다.

○ 막판 대역전… 사상 첫 5년 연속 득점왕

호날두는 전반 20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영원한 라이벌’ 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와 같은 11골로 이번 대회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끝이 아니었다. 2-1로 앞선 후반 19분 쐐기골을 터뜨려 기어이 메시를 넘어섰다. 12골을 터뜨린 호날두는 이 대회 최초로 5년 연속 득점 1위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메시는 2008∼2009시즌부터 4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었고 2014∼2015시즌에는 호날두와 득점이 같았다. 2007∼2008시즌 득점 1위에 올랐던 호날두는 UCL 최다 득점 1위(6회) 횟수에서도 메시(5회)를 제쳤다. 메시는 이번 대회 준결승 1, 2차전에서 유벤투스를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날 멀티 골로 호날두는 A매치와 클럽 무대를 합해 통산 600골 고지를 밟았다. 호날두는 “믿기 어려운 한 시즌의 마무리였다. 숫자(기록)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비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은 메시에게 내줬지만 UCL에서의 맹활약 덕분에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총 4차례(2008, 2013, 2014, 2016년) 이 상을 받은 호날두가 다시 수상하면 통산 5회로 메시와 같아진다.

○ 2년 차 사령탑 ‘59년 만의 메이저 더블’

4월 24일 레알이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에게 2골을 내주며 2-3으로 지자 일부 스페인 매체는 지단 감독의 경질 가능성을 보도했다. 우승 트로피 없이 이번 시즌을 마치면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당시 레알은 코파 델 레이(국왕컵) 8강에서 탈락한 상태였고 리그에서는 2위, UCL에서는 4강전을 앞두고 있었다. 지단 감독이 구단의 걱정을 믿음으로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말라가를 꺾으며 2011∼2012시즌 이후 5년 만에 라리가 정상 탈환에 성공한 지단 감독은 2주도 안 돼 UCL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사령탑이 됐다.

라리가 최다 33회, UCL 최다 12회 우승에 빛나는 레알이지만 한 시즌에 두 대회 정상에 오르는 ‘메이저 더블’에 성공한 것은 1957∼1958시즌 이후 59년 만이다. 그것도 지난 시즌 도중에 부임한 2년 차 사령탑 지단 감독이 이번 시즌 이탈리아에서 이미 더블(리그+FA컵)을 달성한 유벤투스를 상대로 이룬 업적이다. 지단은 레알에서 선수(2001∼2002시즌)와 코치(2013∼2014시즌)로도 UCL 우승을 경험했다. 레알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레알 팬들은 사령탑으로서 17개월 만에 모든 것을 이뤄낸 지단 감독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AFP통신은 이탈리아 토리노 산 카를로 광장에 모인 유벤투스 팬들이 경기 종료 10분 전에 갑작스레 폭죽소리가 울리자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현장을 빠져나가려다 수백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팬들은 최근 유럽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 탓에 폭죽소리에도 동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유벤투스#레알 마드리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지네딘 지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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