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발은 등판 3번이나 거르고 출산휴가 가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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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각 데뷔 SK 다이아몬드… 힐만 감독 흔쾌히 미국행 허락
국내선수는 “옆에 못 있어 미안”

프로야구 SK 스캇 다이아몬드(31)는 19일 넥센전에서 뒤늦은 한국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개막 3연전 등판이 예정돼 있었던 다이아몬드는 1일 아내의 출산 소식에 마운드가 아닌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실전투구 점검을 마치기까지 SK 선발 로테이션에는 3차례 정도 구멍이 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야구계에는 SK가 트레이 힐만 감독 부임으로 분위기 쇄신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시즌 초반 성적이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더욱이 SK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발투수 크리스 세든(34)과 그 대신 영입한 브라울리오 라라(29)까지 차례로 부진에 빠져 어려움을 겪었다. 에이스 김광현마저 팔꿈치 수술로 한 시즌을 통째로 비워 선발진 구성이 탄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할 다이아몬드에게 개막 이틀 만에 흔쾌히 출산휴가를 줬다.

프로야구에서 이제 외국인 선수들의 출산휴가는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 시즌 NC 에릭 해커(34), 2015년 삼성 타일러 클로이드(30) 역시 당당히 시즌 중 출산휴가를 썼다.

반면 자녀 출산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을 내는 국내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롯데 송승준(37)이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인 2010년 선발 등판 순서를 며칠 미루고 자녀 출산을 지켜본 사례가 있긴 하지만 국내 선수들에게 익숙한 풍경은 자녀의 출산 소식에 “아내 곁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비시즌에 맞춰 출산을 계획하는 선수가 많지만 스프링캠프 기간과 겹치면 한 달 넘게 갓난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하는 게 다반사다. 하물며 시즌 중에는 말할 것도 없다. 방문경기 중 자녀가 태어나도 연전을 모두 마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게 아직까지는 구단은 물론 선수에게도 상식으로 통한다.

메이저리그 노조와 사무국은 2011년 단체교섭을 통해 선수들에게 3일의 출산휴가를 보장했다. 프로야구 선수이기 전에 아버지로서 자녀의 탄생이 한 사람에게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 이대호(35) 역시 시애틀에서 뛰던 지난해 25인 로스터 진입이 결정될 절체절명의 시범경기 기간에도 아무런 부담 없이 출산휴가를 떠났다. 워싱턴의 스타플레이어 대니얼 머피(32) 역시 2014년 아내의 출산 순간을 지키기 위해 개막전부터 자리를 비웠다.

여전히 국내 선수들에게는 자녀가 태어나더라도 경기장을 지키는 게 미덕처럼 여겨진다. 한국 아빠 선수들은 언제쯤 ‘팔불출’로 손가락질 받지 않고 당당하게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을까.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sk 스캇 다이아몬드#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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