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여자골프 ‘언니는 살아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7일 05시 45분


크리스티 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크리스티 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크리스티 커, 1년6개월 만에 LPGA 정상
안시현도 삼천리투게더 준우승 관록 과시

크리스티 커(40·미국)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만 21년째 활약 중인 베테랑이다. 1997년 데뷔한 그는 통산 18승을 거뒀고, 메이저대회 우승도 2번이나 있다. 커의 꾸준함은 통산 상금에서 드러난다. 은퇴한 안니카 소렌스탐(2257만3192달러·303경기)과 카리 웹(2002만6369달러·458경기)에 이어 역대 3위(1791만1043달러·484경기)다.

어느덧 마흔 살이 된 커는 지난해 큰 위기를 맞았다. 상금랭킹 39위에 그치면서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세계랭킹은 26위까지 떨어졌고, 우승은 2015년 11월 CME그룹투어챔피언십 이후 1년 넘게 멈춘 상태였다.

커가 16일(한국시간) 베테랑의 진가를 발휘하며 1년 6개월 만에 우승했다. 최근 부진도 말끔히 씻어냈다. 롯데챔피언십 우승을 놓고 경쟁한 상대는 패기의 장수연(23)이었다. 비회원으로 이 대회에 출전한 장수연은 국내투어에선 2승을 챙겼지만, 아직 LPGA 대회 우승은 없다.

커의 노련함은 생각보다 강했다. 이날 미국 하와이 코올리나골프장(파72)에서 벌어진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골라내며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3타차의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오히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 완벽해졌다. 반면 장수연은 우승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지 못했다. 버디 4개를 뽑아냈지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를 범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준우승.

안시현. 사진제공|KLPGA
안시현. 사진제공|KLPGA

같은 날 국내에선 투어 16년차 안시현(33)이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경기도 용인 88골프장(파72)에서 열린 삼천리투게더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신인 박민지(19)를 맞아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쳤다.

안시현은 2002년 데뷔해 2011년 필드를 떠났다가 2013년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국내투어에서 30대 선수가 많지 않았기에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엄마골퍼’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안시현의 마지막 날 경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평정심과 안정감이었다. 13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해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보통의 선수였더라면 쉽게 무너졌겠지만, 안시현은 이후 2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아쉽게 우승을 놓쳤음에도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며 패기에 뒤지지 않는 관록을 보여줬다.

베테랑의 힘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20대 젊은 선수들에 비하면 분명 기술적으로 한계도 있다. 거리도 덜 나가고, 체력도 부친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은 젊은 선수들이 갖지 못한 무기다.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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