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조무근이 한밤중 박경수 찾아간 사연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5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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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무근. 사진제공|kt wiz
kt 조무근. 사진제공|kt wiz
“멍하더라고요. 너무 걱정이 돼서 잠도 설쳤습니다….”

초반 순항 중인 kt는 13일 고척 넥센전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주장 박경수(33)가 큰 부상을 입을 뻔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발단은 투수 조무근(26)의 견제실수였다. 4-5로 뒤진 7회말 2사 2·3루 위기에서 조무근이 2루로 던진 견제구가 옆으로 빗겨나가자 박경수는 이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런데 착지과정에서 몸 전체가 순식간에 땅에 떨어지며 박경수는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후 몇 분간 일어나지 못하고 동료의 등에 업혀나갔다. 부상 정도가 심각해보였다.

인근병원으로 후송돼 1차 치료를 마친 박경수는 다음날 정밀검진에 나섰다. 진단결과는 근육이나 뼈에 이상이 없는 왼쪽다리 단순 타박상. 1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kt 김진욱 감독은 “다행스럽게도 박경수의 부상 정도가 생각보다 괜찮다. 이번 주말 3연전 정도만 관리를 해주면 문제가 없을 전망”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분간 박경수의 빈자리는 동갑내기 내야수 김연훈(33)이 채운다.

kt 박경수. 사진제공|kt wiz
kt 박경수. 사진제공|kt wiz

박경수의 쾌차 소식에 큰 짐을 덜게 된 또 한 사람은 조무근이었다. 그의 견제구 하나가 이번 해프닝을 불렀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 만난 조무근은 그때까지 사색이 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실 순간적으로 멍한 기억밖에 없다”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2루 주자가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견제동작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면서 공이 베이스에서 빗겨나갔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13일 경기는 kt의 9회 7-6 역전승으로 끝났지만, 조무근은 이날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다. 조무근은 “잠을 잘 못 자겠더라. 나 때문에 동료가 다치게 된 경우가 처음이라 더욱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밤에 박경수 선배 방을 찾아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선배께서 ‘미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으니 걱정마라’고 위로해주셨다”고 전했다.

박경수는 후배의 마음 씀씀이에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14일 LG전을 앞두고 걸음걸이에 불편함을 보이면서도 박경수는 “(조)무근이가 밤에 찾아와 감동받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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