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은 어떻게 ‘천적’ 한국전력을 잡았나

  • 스포츠동아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자 선수들이 코트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자 선수들이 코트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배구 선수들에게는 ‘코트를 탄다’는 말이 있다. 마치 투수가 야구장 마운드가 어디냐에 따라 미세한 영향을 받듯, 선수들도 홈 코트가 아닌 곳에서는 민감한 이질감을 느낀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2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 한국전력과 2차전을 앞두고 생각이 많았다. 외국인선수 대니가 낯선 수원체육관에 전혀 적응을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PO 1차전 다음날인 20일과 21일 오전까지 총 두 차례에 걸쳐 수원체육관 적응훈련을 했는데 대니는 스파이크 타이밍조차 맞추지 못했다. 천장에 적응을 못한 것이다. 최 감독은 ‘PO 1차전과 달리 대니가 안 통할 수 있다’는 대비를 하고 PO 2차전에 들어갔다. 실제 대니는 4점에 그쳤고, 1세트 도중에 교체됐다. 그리고 최 감독의 예정된 ‘플랜B’가 가동됐다.

레프트 송준호였다. 한국전력 블로커들은 현대캐피탈 라이트 문성민과 센터진의 중앙 속공을 차단하는 데 온 전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집요할 정도로 레프트 공격을 지속했다. 송준호가 13득점(공격성공률 68.42%), 박주형(성공률 56.25%)이 11득점을 올렸다. 문성민(14득점, 성공률 56.52%)은 결정적일 때만 해주면 됐다.

현대캐피탈 레프트 송준호(왼쪽)가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한국전력 선수들의 
블로킹을 앞에 두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송준호는 13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캐피탈 레프트 송준호(왼쪽)가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한국전력 선수들의 블로킹을 앞에 두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송준호는 13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전력은 정규시즌에서 현대캐피탈 상대로 5승1패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블로킹에서 이긴 덕분이었다. 그러나 PO에서는 전세가 뒤집어졌다. 한국전력은 ‘그대로’ 나온 반면, 현대캐피탈은 ‘다르게’ 준비해서 임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PO 1차전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외국인선수 바로티의 심리적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 면담까지 가졌다. 신 감독은 “바로티가 ‘큰 경기를 못 뛰어봐서 흔들렸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해보는 것 다해보고 지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바로티가 안 되면 전광인을 쓰면 된다’고 세터 강민웅에게 얘기했다. 감독이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효험을 못 얻었다. 바로티(10득점, 성공률 29.62%)뿐 아니라 전광인(10득점, 성공률 50%)까지 평소의 존재감이 아니었다. ‘3각 편대’ 중 레프트 서재덕(11득점, 성공률 61.53%)만이 좋았으나 전세를 뒤집진 못했다.

19일 PO 1차전에 이어 또 세트스코어 3-0(25-23 25-22 25-18)으로 승리한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25일부터 대한항공과 왕좌를 다투게 됐다. 최 감독은 취임 이후 2시즌 연속 현대캐피탈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는 성과를 거뒀다.

수원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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