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판매순위’로 살펴본 KBO 新 인기지형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4일 05시 30분


각 구단의 유니폼 판매량은 곧 인기의 척도다. 2016시즌 판매량을 분석해본 결과,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새롭게 유니폼을 바꿔 입는 스타들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각 구단 유니폼 판매 1위 선수들. 스포츠동아DB
각 구단의 유니폼 판매량은 곧 인기의 척도다. 2016시즌 판매량을 분석해본 결과,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새롭게 유니폼을 바꿔 입는 스타들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각 구단 유니폼 판매 1위 선수들. 스포츠동아DB
지난해 KBO리그는 ‘800만 관중’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단연 최고 인기다. 그러나 날로 치솟는 열기를 티켓 숫자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가 담긴 ‘유니폼’은 이제 KBO리그의 위상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잣대로 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10개 구단에 지난해 선수별 유니폼 판매순위(일부 구단은 이름·배번 마킹 순위)를 의뢰했다. 밖으로 알릴 수 없는 총판매량과 매출액은 대외비로 부쳤지만, 팀별 상위 5명의 얼굴들은 공개됐다. 야구도 잘하고, 인기도 으뜸인 스타플레이어들이 다시 쓰는 인기지형도는 어떤 모습일까.

● 프랜차이즈 스타들 “구관이 명관이지”

‘구관이 명관’이란 속담은 유니폼 순위에서도 그대로였다. 팀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유니폼 판매부스에서도 이름값을 해냈다.

올해로 프로 23년차인 삼성 이승엽(41)은 팀 내 1위에 올라 ‘라이언 킹’의 위용을 뽐냈다. 10개 구단 1인자들 가운데 최고령 선수이자 유일한 현역 40대이기도 하다. 사자군단 신진세력인 구자욱(24)과 박해민(27), 김상수(27)의 패기는 ‘국민타자’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승엽은 올해를 끝으로 공식은퇴를 선언했기에 이번 시즌은 선수 이승엽의 유니폼을 사는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른다.

LG 박용택(38)과 롯데 강민호(32), SK 김광현(29), NC 나성범(28)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답게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켜냈다. 이들 모두 데뷔 이래 한 팀에서만 몸담은 공통점을 지닌다. 넥센 서건창(28)도 1위에 올라 영웅군단 대표타자임을 입증했다. 한편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인 SK 최정(30)과 KIA 양현종(29), 롯데 손아섭(29), 두산 양의지(30)는 비록 1위 달성엔 실패했지만 2위로 체면치레를 했고, 한화 김태균(35)과 KIA 안치홍(27)은 3위로 아쉬움을 달랬다.


●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냈다?

물론 순위표 전체를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도배한 것은 아니다. 이적생 신분으로 팀을 옮긴 뒤 박힌 돌을 빼낸 사례도 여럿 목격됐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화 정근우(35)다. 2014년 한화 유니폼을 새로 입은 정근우는 이적 3년 만에 유니폼 판매량 1위로 올라섰다. 특유의 근성 넘치는 플레이는 팬들의 옷차림새를 바꿔놓는데도 성공했다.

KIA 김주찬(36)도 굴러온 돌의 진가를 보여준 선수다. 삼성과 롯데를 거쳐 2013년 KIA로 이적한 김주찬은 양현종과 안치홍, 윤석민(31) 등 잔뼈가 굵은 호랑이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 KIA의 주장 완장이 왜 김주찬을 향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들 외에도 한화 이용규(32)와 NC 박석민(32), SK 정의윤(31)이 새 팬들의 환호를 마음껏 받고 있었다. 특히 이적 첫 해였던 박석민의 경우 팀 타선은 물론 마케팅까지 책임지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아직 프랜차이즈 스타의 개념이 모호한 막내 kt는 이대형(34)과 박경수(33), 유한준(36), 이진영(37) 등 걸출한 타자들이 순위표 상단을 차지했다.

LG 이상훈 코치. 스포츠동아DB
LG 이상훈 코치. 스포츠동아DB

● 판매순위에 ‘야생마’ 이상훈?

예상치 못한 새얼굴은 물론 의외의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두산 박건우(27)는 지난해 데뷔 최고 활약을 바탕으로 쟁쟁한 선배들을 단숨에 제쳤다. 이젠 친구이자 라이벌인 정수빈(27·경찰야구단)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꿰찬 모양새다. 박건우는 생애 처음으로 발탁된 성인대표팀(WBC)에서 겹경사를 꿈꾼다.

장차 KBO리그를 이끌 신예들의 분발도 빼놓을 수 없다. LG 샛별로 떠오른 채은성(27)과 임정우(26), 넥센의 주축인 된 박동원(27)과 고종욱(28)은 모두 팬들의 기대를 듬뿍 받는 선수로 이름 올렸고, 한화 기대주 하주석(23), kt 영건 김재윤(27)과 엄상백(21)도 한 자리씩을 차지해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끈 이는 따로 있었다. LG 2군 투수코치인 ‘야생마’ 이상훈(46)이다. 이 코치는 은퇴선수로는 유일하게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많기로 유명한 LG에서 무려 3위다. 은퇴한 지 13년이 흘렀음에도 야생마를 향한 팬들의 향수는 여전한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 무대(미네소타)에 진출한 ‘홈런왕’ 박병호(31)가 넥센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넥센 유니폼 판매량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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