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바하마 찾은 김효주 “느긋하게 앞을 향해 나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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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 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강했다. 전봇대 같은 야자수가 대나무처럼 휘어졌다. 얼굴을 때리는 세찬 강풍을 뚫고 그는 시즌 첫 대회를 향한 마지막 컨디션 점검에 집중했다.

26일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오션 클럽(파73)에서 막을 올리는 2017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에 출전한 김효주(21·롯데)였다. 그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들어올린 트로피가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잦은 캐디 교체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단 1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토록 원했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에도 실패했다.

그래서인지 1년 만에 다시 바하마를 찾은 김효주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듯했다.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대회 기간 내내 바람이 걱정된다. 지난해 이 대회 이후 LPGA투어 우승이 없었던 것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앞서 김효주는 태국에서 스승인 한연희 프로와 한달 가까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 샷이 안 되는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어요.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만큼 땀을 쏟았습니다." 하체 근력 강화와 밸런스를 위해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스쿼트를 하루에 100번 넘게 했고, 매일 10km 가까이 달렸다. 하루 종일 반복되는 고된 스케줄에도 김효주는 근육량이 늘어나 체중이 3kg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힘이 달려 10야드 가까이 줄었던 비거리를 다시 늘린 것도 수확이었다.

김효주는 "시즌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늘 상승세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지속적으로 내 경기 능력이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파른 언덕을 천천히 걷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느긋하게 앞을 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인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던 그가 한미투어에서 모두 '개막전의 여왕'에 등극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2017시즌 LPGA투어는 역대 최다인 35개 대회에 총상금 6735만 달러(약 790억 원) 규모로 치러진다. 국내 필드를 평정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박성현과 부상에서 회복한 박인비, 전인지, 장하나 등은 다음달 태국 혼다 타일랜드대회에서 시즌 데뷔전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9승을 합작한 한국인 선수는 10승 이상을 올릴 것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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