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男쇼트트랙은 성장중…도전 즐기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5시 30분


이정수.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이정수.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이정수(27·고양시청)는 2009년부터 남자쇼트트랙 국가대표 막내였다. 조그맣고 하얀 얼굴에 귀여운 이목구비, 외모에서부터 막내 이미지가 물씬 풍겼다. 그랬던 그가 어느덧 남자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의 맏형이 됐다. 홍경환(17·서현고), 황대헌(17·부흥고)과는 무려 10살 차이가 날 정도로 큰형이다.

나이만 많아진 게 아니다. 이정수는 실력으로 맏형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2014~2015시즌 다시 쇼트트랙 대표팀에 복귀한 뒤 그다지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2차 대회 1500m 은메달에 이어 3차 대회, 4차 대회까지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000m 계주에서도 선두에 서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이정수의 선전은 의미가 있다. 심석희(19·한국체대), 최민정(18·서현고)이 버티는 여자쇼트트랙 대표팀과 달리 남자쇼트트랙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 하향세를 그리고 있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한 개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해 지탄을 받았다. 남자쇼트트랙 에이스였던 노진규의 안타까운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팀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이정수가 다시 구원자로 나타났다. 책임감도 크다. 그는 “17년 동안 쇼트트랙을 하면서 올해 어느 때보다 훈련을 많이 했다”며 “감독님을 믿고 최선을 다하다보니까 좋은 결과가 났다.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내가 다시 올라올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정수를 다시 일으킨 원동력은 다름 아닌 ‘실패’였다. 그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1000m, 1500m에서 2관왕에 오르며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올림픽 직후 열린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을 둘러싸고 승부조작 파문에 휘말리면서 징계를 받았다. 부상 여파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2013~2014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에게는 힘겨웠던 6년이었다. 그러나 한탄하기보다 이 과정을 밑거름 삼아 한층 성숙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이정수는 “부상도 있었고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그 경험이 지금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이번 시즌에 반드시 1등을 해보고 싶어서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나왔고 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남자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로서 책임감에 대해서는 “후배들과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며 “항상 좋을 수는 없다. 다른 나라 남자쇼트트랙 수준이 올라갔다. 힘든 시기는 반드시 오고 당연한 일이다. 이제 우리가 올라가야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국가대표팀 동료들도 큰 힘이다. 그는 “대표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나도 막내와 열 살 차이가 나지만 친구처럼 지낸다”며 “일부러 운동 외적으로도 야식을 먹거나 얘기를 하거나 함께 하려고 했다. 그 덕분인지 팀워크가 정말 좋다”고 자랑했다. 이어 “선수들과도 얘기하는데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강릉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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