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배구 이상의 의미’ V-클래식 마케팅 유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5시 30분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V-클래식’.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V-클래식’.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V-클래식’은 단순한 배구경기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배구단에 집약된 것처럼 느껴지기에 그렇다. 현대캐피탈 배구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세련됨, 혁신이다. 최태웅 감독의 조율 아래 문성민, 여오현, 신영석, 최민호 등 개성 뚜렷한 별들이 광채를 뿜어 보는 이들을 매혹한다. 유니폼, 의자까지 남다르게 챙기는 프런트는 편집광적으로 디테일에 집중한다. 이에 비해 삼성화재 배구는 투박하고 단조로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삼성’, ‘관리의 삼성’의 이상적 실현을 신치용 단장은 배구단을 통해 완성했다. 초일류 삼성의 원천가치인 ‘희생’을 통해서다. 외국인선수라는 1명의 인재를 받치기 위해 조직원 전원이 기꺼이 궂은일을 맡는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이 빛나야 사는 조직이라면, 삼성화재는 박철우가 돋보이면 망하는 조직인 것이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켄 블랜차드의 ‘하이파이브’ 정신으로 삼성화재배구단은 10년 이상 전력 이상의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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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사상 초유의 마케팅을 감행했다. ‘잠실 라이벌 두산에 이길 때까지 공짜로 관중을 초청하겠다’는 공약이었다. 고비마다 두산에 지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관심을 끄는 것이 목적이라면 대성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LG가 그 다음 두산전에 또 패하며 ‘자해 마케팅’이 됐고, 깊은 내상을 남겼다. 이긴 두산도 LG에 미안한 상황이 됐다. 엄청난 중압감 속에 싸운 LG 선수들과 팬들은 자존심에 상처 입었다. 다행히(?) LG는 공짜 마케팅 2번째 경기에서 두산을 이겼다. 그 이후 다시는 패배를 조건으로 건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이 15일 대전에서 V-클래식 3차전을 벌인다. 앞서 2경기는 현대캐피탈이 모두 이겼다. 삼성화재는 병역 의무를 마친 라이트 박철우가 복귀해 ‘완전체’를 이뤘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센터 최민호의 발목상태가 변수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총력전”을 선언했고,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제대로 붙어야 더 재미있다”고 오히려 박철우의 복귀를 반겼다. 이런 기싸움에 보조를 같이한 양 팀 프런트도 ‘패하는 팀이 다음 맞대결에 관중 1000명이 먹을 간식을 사는’ 내기를 걸었다. V-클래식을 띄우려는 양 팀의 순수함은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간식내기’는 V-클래식이 갖는 스케일과 상징성에 비해 가벼운 인상을 준다. 2005년 LG의 ‘아픈 기억’을 떠올릴 때, 굳이 한다면 ‘진 팀이 아니라 이긴 팀에서 쏘는 것으로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V-클래식을 패한 팀이 벌칙을 받는 듯한 차원으로 접근하는 대신, 두 팀 공히 승자의 위상을 이미 쌓았음을 믿기 때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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