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김성근 감독의 ‘無통보 시상식 등장’ 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5시 30분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2016 휘슬러코리아 일구상 시상식’이 열린 1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행사 직전 만난 한화 구단관계자는 “김성근(74) 감독님은 오늘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일구회 부회장을 지냈고, 올해도 고문을 맡고 있기에 다소 의외였지만 김 감독이 이미 언론사 시상식을 포함해 모든 연말 시상식에 불참을 선언한 터라 사실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연말 시상식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KBO리그 감독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SK 새 외국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감독과 김 감독, 2명밖에 없다.

그런데 이날 행사를 20여분 앞둔 오전 10시40분 김 감독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화 박종훈 단장을 비롯한 구단관계자와 김광수 수석코치도 김 감독의 등장에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 김 감독이 이날 오전에도 구단측에 “시상식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그럴 만했다.

알고 보니 ‘깜짝 등장’은 아니었다. 취재결과 김 감독은 전날(11일) 이미 일구회측에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일구회 고위관계자는 “김 감독님이 어제(11일) 이미 참석한다고 말씀하셨다. 지난해까지 부회장을 맡으셨고, 올해도 고문을 맡고 있기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는 사실을 구단에도 전혀 알리지 않은 탓에 구단 관계자들은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는 김 감독이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부랴부랴 마중하러 나갔다. 김 감독은 행사가 끝나고 별다른 말도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김 감독의 조용한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한화 선수단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11월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고 사흘 뒤인 3일 조용히 귀국했다. 가는 곳마다 조명을 받으며 화제를 몰고 다녔던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 이례적이다. 이날 일구상 시상식이 비시즌에 얼굴을 내비친 첫 공식행사였을 정도다.

오랫동안 김 감독을 지켜봐온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구단에조차 자신의 동선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은 구단에 불만을 표출하는 김 감독 특유의 방법”이라는 해석도 흘러나왔다.

한화 구단은 11월3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김성근 감독에게는 1군 본연의 임무에 집중토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때부터 감독 출신(2010~2011 LG) 박 단장이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실제 김 감독은 자신의 의사와는 다르게 구단이 박상열, 이홍범 코치와 계약하지 않은 것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외국인선수 선발, 방출선수 영입, 코치 인선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던 과거와 달리 김 감독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최근의 두문불출 행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연 김 감독은 한 해를 결산하는 야구인의 마지막 축제인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모습을 보일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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