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 스타를 넘어 존경받는 선수로 향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7일 05시 30분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2016동아스포츠 대상에서 남자 프로배구 올해의 선수로 뽑힌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문성민은 상금 전액을 유소년배구발전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2016동아스포츠 대상에서 남자 프로배구 올해의 선수로 뽑힌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문성민은 상금 전액을 유소년배구발전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남자 스포츠맨이 잘 생겼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다. 외모만으로도 대중의 흡입력을 갖는 스타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모에서 비쳐지는 이미지가 실력을 가릴 때도 있다. 현대캐피탈 에이스 문성민(30)이 그렇다. 문성민을 잘 아는 현대캐피탈 사람들은 “배구와 가정밖에 모르는 선수”라고 말한다.

항상 V리그 간판선수의 위상을 갖는 문성민에게 신선한 반전을 느낄 때가 있었다. 9월 현대캐피탈의 일본 오사카 전훈 때의 에피소드다. 훈련이 끝난 뒤, 숙소로 이동할 때 짐들을 버스에 싣고 있었는데 문성민이 배구공을 나르고 있었다. 정작 후배 선수들은 빈손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문성민은 “우리팀은 (짐을) 가장 먼저 본 선수가 직접 나른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현대캐피탈 신현석 단장은 “사실 짐 운반은 스태프의 몫이다. 선수들은 오직 배구에만 신경 쓰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즉 문성민은 선수단을 위해 고생하는 스태프의 일을 대신해 준 셈이다. 순간적인 장면이었지만 그렇기에 작위적 연출이 아니었을 터다. 그런 자연스러움은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수평적 문화를 실감케 해줬다. 고참이라고, 스타라고 특권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실제 현대캐피탈은 훈련 중, 영어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훈련한다. 훈련 과정에서만큼은 선, 후배 계급장을 떼고 소통하려는 시도다.

이런 문성민이 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2016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또 한번 ‘바른 마인드’를 보여줬다. 남자배구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는데 상금 500만원을 유소년배구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성민은 “유소년 저변이 확대되어야 한국배구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정했다. 현대캐피탈 프런트와 상의한 끝에 유소년배구발전을 위한 기부가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수상 소감에서도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에 스피드배구라는 새로운 색깔을 입힌 최태웅 감독을 향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최 감독의 신개념 배구 시도 덕분에 현대캐피탈이 V리그 트렌드를 주도하는 팀이 됐고, 그 수혜를 입었다는 겸손함이었다. 같이 밝은 분위기를 만든 현대캐피탈 동료들, 그리고 자신을 최고선수로 찍어준 타 팀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2013년에 이어 동아스포츠대상 두 번째 수상이다. 서른 살을 넘겼음에도 문성민은 건재하다. 이제 현대캐피탈을 넘어 V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서의 위상을 자각하는 문성민의 행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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