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조커’ LG 정찬헌 “팀에 고맙고 미안합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5시 30분


LG 정찬헌.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LG 정찬헌.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정찬헌(26)이 LG 포스트시즌의 ‘조커’로 떠올랐다.

정찬헌은 16일 잠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데이비드 허프(32)의 바통을 이어받아 1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준PO 1차전에서도 2이닝 동안 3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던 그는 두 번째 경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지키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정찬헌의 호투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일단 김지용(28)~임정우(25)로 이어지는 필승조에 확실한 카드가 더 생겼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준PO 2차전에서 이동현(33)과 봉중근(36) 등 베테랑 투수들의 건재함을 확인한 상태에서, ‘젊은 피’ 정찬헌까지 꾸준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LG 정찬헌(왼쪽)이 넥센과 준PO 3차전에서 1차전(2이닝 무실점)에 이어
2번째로 나와 1이닝 무실점으로 순항했다. 8회 대니 돈의 배트에 맞은 정찬
헌을 양상문 감독이 체크하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kwangshin00@donga.com
LG 정찬헌(왼쪽)이 넥센과 준PO 3차전에서 1차전(2이닝 무실점)에 이어 2번째로 나와 1이닝 무실점으로 순항했다. 8회 대니 돈의 배트에 맞은 정찬 헌을 양상문 감독이 체크하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kwangshin00@donga.com

게다가 이날 정찬헌은 ‘투혼’을 불사르며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그는 8회 등판하자마자 대타 대니돈의 부러진 배트에 배를 강타당했다. 이후에도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장면이었다. 정찬헌은 경기 후 “타구를 따라가느라 (부러진) 배트가 날아오는지도 몰랐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색 물체(대니돈 방망이 잔해)가 날아와서 깜짝 놀랐다”며 웃고는 “(뾰족한 배트 끝에) 허벅지가 찍혀서 피가 좀 났는데 다행히 오른손에는 맞지 않았고 투구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의 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공을 계속 던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찬헌이 이토록 힘을 내는 아니,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때문이었다. 그는 올 시즌을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경추 수술을 받으면서 개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 재활을 하는 내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는 “포스트시즌에는 투수 1명, 1명이 아쉬운데 지금까지는 연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해줘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줬다는 게 정말 고맙고, 내가 조금이나마 만회하는 길은 공을 열심히 던지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연투도 가능해지는 단계에 돌입한다. 늦게 돌아온 만큼 힘도 많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면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