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조’ 이동현·봉중근, LG 베테랑들의 가을희망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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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동현-봉중근(오른쪽). 스포츠동아DB
LG 이동현-봉중근(오른쪽). 스포츠동아DB
‘지는 경기도 잘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은 물론,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투수놀음’의 성격이 더욱 짙어지는 가을야구의 특성상, 앞선 경기를 잡아줄 필승계투조 투수들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쓰면서 총력전을 펼칠 수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추격조’ 혹은 ‘패전처리’로 불리는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기도 한다.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 넥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LG의 두 베테랑 투수는 패배에도 제 몫을 해줬다.

LG는 이날 선발 우규민이 3.1이닝 4실점으로 4회 조기강판되는 등 초반부터 끌려갔다. 반면 상대적으로 넥센의 에이스 앤디 밴헤켄은 너무도 완벽하게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2번째 투수 윤지웅이 4회말 1사 2·3루서 등판해 만루 허용 뒤 서건창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흐름은 넥센 쪽으로 넘어갔다. 뒤이어 등판한 이동현은 고종욱에게 적시타를 맞았으나, 견제로 고종욱을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이 상황부터 LG는 투수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추격에 나서야 했다. 베테랑 이동현은 그 역할을 해냈다. 5회를 삼자범퇴로 마쳤고, 6회 선두타자 김민성까지 3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후 안타와 볼넷으로 1·2루를 허용했으나, 임병욱을 다시 삼진으로 잡아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이어 등판한 건 또다른 베테랑 봉중근. 서건창에게 2루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7회에 안타와 볼넷, 폭투 등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허용했으나, 채태인을 삼진, 김민성을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는 저력을 보였다. 마지막 8회는 삼자범퇴였다.

이동현과 봉중근은 이날 나란히 2.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동현은 2안타 1볼넷을 내줬지만, 탈삼진 4개를 잡으며 회복된 구위를 과시했다. 2.1이닝 동안 1안타 2볼넷 2탈삼진을 기록한 봉중근도 자신이 만든 위기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LG 불펜진의 중심은 김지용, 정찬헌, 임정우로 넘어간 상황이다. 올 시즌 이동현과 봉중근은 젊은 투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밀려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걸 이날 증명했다.

경기 후 LG 양상문 감독은 “오늘 두 선수는 페넌트레이스 마지막에 보여주지 못했던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1패를 당했지만 소득이라고 본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투수 운용에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필승계투조 투수들이 건재하기에 이들의 활용도가 당장 높아질 순 없다. 양 감독은 “지금은 (김)지용이, (정)찬헌이, (임)정우가 구위가 좋기 때문에 특별한 변화 없이 이기는 경기엔 이 세 선수를 갈 것 같다”고 밝혔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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