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흙수저 출신 LG슈터 3인방, ‘화끈한 한방’ 위해 오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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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래훈, 안정환, 조상열. 사진 동아DB
왼쪽부터 박래훈, 안정환, 조상열. 사진 동아DB
프로농구 선수가 꿈꾸는 최고의 군복무 시나리오는 상무 입대다. D리그(2부리그)에서 공백 없이 농구를 할 수 있어
‘금수저’ 군복무로 꼽힌다. 하지만 매년 상무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는 10명 남짓이다. 상무에서 탈락하면 농구공이라도 잡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아직까지 그런 자리는 딱 하나, 육군사관학교 농구조교다. 전임자가 제대할 때에 맞춰 1명씩 모집한다. 경기는 못 뛰어도 농구공이라도 만질 수 있어 ‘은수저’로 불린다. 마지막 선택은 두 시즌을 꼬박 농구코트와 떨어져 지내는 현역 입대다. 선수생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어 ‘흙수저’로 여겨진다.

올 시즌 LG에는 나란히 금, 은, 흙수저 출신의 예비역 슈터 셋이 비상을 준비 중이다. 상무 복무를 마친 박래훈(27·포워드), 육사 조교에서 제대한 조상열(27·포워드), 포병에서 제대한 안정환(28·포워드)이다. 모두 필요할 때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들이다.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뛰는 세 선수를 7일 일본 교토 전지훈련지에서 만났다.

먼저 ‘금수저’ 박래훈에게 상무 시절 생활을 물었다. “시합이 많았다는 것만 빼면 생활은 일반 군인들이랑 비슷했어요. 기상 시간도 똑같고 작업할 때도 있고요. 제초라고 풀도 뽑아요. 국기게양식도 하고….” 그러자 옆에 있던 조상열과 안정환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그건 다~ 하는 거야.”

조상열도 입대 초반에는 선임 눈치 보기 바빠 농구를 제대로 못 했다. 아직까지도 실전감각을 키우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제 바로 윗선임이 보디빌딩 수업 조교였거든요. 운동할 때마다 절 많이 데리고 나가더라고요(웃음). 또 간부들은 거의 축구만 해요. 군대에서 일반병들이랑 같이 가장 많이 하는 게 축구거든요.” 그러자 안정환이 “나도 축구 많이 했다”며 웃었다.

조상열은 “저는 6인실 썼는데 래훈이는 2인 1실 썼다고 하더라고요. 완전 금수저예요”라고 말하자 안정환이 “6인 1실이야?”라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전 옛날 막사였어요. 겨울에는 뜨거운 물도 잘 안나와요.” 나머지 두 선수는 할 말을 잃었다. 안정환은 입대영장을 기다리는 동안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포병에 자원했다. 40kg짜리 포를 나르며 틈틈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서 전역하자마자 혼자 숙소에 들어가 훈련을 시작했다.

안정환은 지난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24득점) 경기를 펼치기도 했지만 기복 있는 플레이로 꾸준히 활약하진 못했다. 전역 후 첫 시즌을 준비하는 박래훈과 조상열 역시 아직 전 경기 출장 경험이 없다. 팀이 필요로 하는 슈터를 꿈꾸는 예비역 3인방이 오늘도 땀으로 머리를 적신 이유다.

교토=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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