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KIA 리빌딩의 에이스는 김기태 감독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4일 09시 30분


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국지에서 유비는 조조에 비해 능력도, 세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다. ‘명분론자 유비보다 실력주의자 조조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시대를 초월해 유비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민중은 배만 부르게 해주면 만족하는 개, 돼지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할 때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무언가에 동참한다는 느낌을 가질 때,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법이다. 조조가 빈틈없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라면 유비는 주위에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폴로우십’을 끌어내는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별 볼일 없는 유비의 성공비결은 바로 이렇게 사람을 끄는 덕망에 있었다.

#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감독실에는 액자가 하나 걸려있다. ‘의무와 권리’라고 한자로 적혀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이 좋아하는 말이다. 김 감독이 이렇게 ‘의무와 권리’를 바깥에 드러내놓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의 ‘존중과 배려’를 해준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김 감독은 이를 ‘예의’라고 표현한다. ‘감독이 선수보다 계급적으로 위에 있으니까 무조건 따르라’가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은 우리 야구계 풍토에서 흔치 않은 수평적 마인드의 소유자다. 올 시즌 KIA의 캐치프레이즈는 ‘동행(同行)’이다. 동행은 리더가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것이다.

# 부상결장이 연례행사였던 김주찬(35)과 이범호(35)가 KIA에서 가장 많이 출장하는 선수다. 정신적으로 무너졌던 나지완(31)과 방출선수 서동욱(32)은 출루율 톱 10안에 들어가 있다. 최영필(42), 김광수(35), 한기주(29), 임창용(40) 등도 김 감독의 품에서 재생의 빛을 찾고 있다. KIA를 보며 리빌딩의 기준은 나이가 아님을 깨닫는다. 리빌딩의 에센스는 선수 개개인의 의식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사람 좋으면 꼴찌’가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인품이 곧 능력인 시대가 왔다. 그 리더하고 같이 일을 하고 싶도록 만드는 ‘매력’이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 김 감독은 완전무결한 리더가 아니라 ‘우리와 같이 가는 리더’란 공감을 확보했다. 가망이 없어 보였던 KIA 리빌딩에서 희망을 보는 이유다. ‘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오클랜드의 진짜 에이스는 빌리 빈 단장”이라고 했다. 이 말을 빌려 쓰자면 ‘KIA 리빌딩의 진짜 에이스는 김기태 감독’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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