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면 배달되는 ‘감독님<김경문 감독>의 응원 문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16일 05시 45분


감독의 문자 한 통이 선수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NC 김경문 감독은 응원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문자를 보내 기운을 돋우고 있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 뒤에 숨은 따뜻함이 공룡군단의 또 다른 힘일지도 모른다. 스포츠동아DB
감독의 문자 한 통이 선수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NC 김경문 감독은 응원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문자를 보내 기운을 돋우고 있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 뒤에 숨은 따뜻함이 공룡군단의 또 다른 힘일지도 모른다. 스포츠동아DB
■ NC 선수들 상처 보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김태군에 “수비만 잘하면 돼” 격려
이민호도 문자 받고 나서 시즌 첫 승

“야구가 안 되거나 아프면 흥미 잃어
그러지 말라고 선배로서 보내는 것”


NC 김경문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사령탑이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빼어난 실력을 지닌 주전선수라도 과감히 벤치에 앉힌다. “팀은 특정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선수가 팀을 위해 뛰어야한다. 그 선수가 없으면 딴 선수를 쓰면 된다”는 게 김 감독의 선수단 운영원칙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카리스마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따뜻함도 있다. NC 선수들이 말하는 ‘감독님의 문자’에서 그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어려울 때 도착하는 사령탑의 문자

NC 김태군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주전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포수 전 경기 출장이라는 대업을 이뤄냈고, 올해도 공룡군단의 안방마님으로 낙점됐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개막 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4월 한 달간 타율 0.172로 저조했다. 두산 양의지, 롯데 강민호, 넥센 박동원까지 공격형 포수들이 각광 받고 있는 시대에 자신이 혹 팀에 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때 뜻밖의 문자를 받게 됐다. 메시지를 보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 감독이었다.

김태군은 “감독님께서 ‘타격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수비에만 신경 써라. 포수는 수비만 잘 하면 된다’고 문자를 보내주셔서 정말 놀랐다”며 “사실 좋으나 안 좋으나 계속 경기에 내보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내 마음까지 헤아려주셨다. 감동했다”고 귀띔했다.

감독의 한 마디에 힘 얻는 선수들

감독의 한 마디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실제 이민호는 김 감독의 메시지를 받은 직후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감독님이 문자로 많이 격려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루 이틀 된 얘기도 아니다. 외국인투수가 1명 빠지면서 토종선발의 역할이 중요해진 2015년에도 김 감독은 중책을 맡은 이재학에게 ‘팀을 생각할 위치는 됐지만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말라’며 애정 어린 문자를 보냈다.

단순히 문자뿐 아니다. 김 감독은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다가 마무리로 활약 중인 ‘(임)창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갑자기 1군 엔트리에 없는 ‘모창민’의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스프링캠프를 잘 준비했다가 2군에서 뛰고 있는 모창민을 언론을 통해 언급하면서 기운을 북돋워주려고 한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보내는 문자에 대해 “어느 감독이나 다 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잘 하는 선수들은 내버려둬도 잘 하지만, 야구가 잘 안 되거나 아프거나 하는 선수들에게 감독이 아닌 야구선배로서, 형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을 가끔 보낸다. 나도 그랬지만 야구가 잘 안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 야구선수가 야구에 흥미를 잃으면 안 되지 않나. 그렇게 되지 말라고 자주는 아니고 가끔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그 문자에 힘을 많이 얻는다고 하자 웃으며 한 마디를 더했다. “그래? 그럼 자주 보내야겠네. 허허.”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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