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인생역전’ 오준혁 “한 경기 두번씩 출루 목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17일 05시 45분


트레이드는 정든 팀을 떠나는 아픔이 있지만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난해 한화에서 KIA로 이적한 오준혁이 그렇다. 그는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외야 한 자리를 꿰차고 그동안 갈고 닦아왔던 실력을 그라운드 위에서 한껏 뽐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트레이드는 정든 팀을 떠나는 아픔이 있지만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난해 한화에서 KIA로 이적한 오준혁이 그렇다. 그는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외야 한 자리를 꿰차고 그동안 갈고 닦아왔던 실력을 그라운드 위에서 한껏 뽐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화에서 KIA로 트레이드 ‘야구인생 터닝포인트’
주전 꿰차며 21경기 타율 0.296·출루율 0.342
“경기마다 꼬박꼬박 출루 위해 콘택트 스윙 집중”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던 선수에게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것은 트레이드의 순기능 중 하나다. 실제로 이전 소속팀에서 2군에만 머물렀거나 경쟁에서 밀린 선수가 새 둥지로 이적해 잠재력을 터트린 사례는 많다. 그러나 환경의 변화가 무조건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모든 건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KIA 외야수 오준혁(24)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는 지난해 5월 6일 한화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이후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당시 KIA는 임준섭·이종환·박성호를 한화에 보내는 조건으로 오준혁·노수광·김광수·유창식을 받았다. 이 트레이드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1군 13경기(19타수 2안타)에 나선 게 전부였던 오준혁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오준혁은 올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엔트리에 포함되는 기쁨을 누렸고, 최근에도 꾸준히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고 있다. 올 시즌 16일까지 21경기에서 타율 0.296(71타수 21안타)·1홈런·9타점·출루율 0.342를 기록했다. 21안타 중 11개가 장타(2루타 7개·3루타 4개). KIA 김기태 감독은 “(오)준혁이는 체력이 좋다. 2군에서도 거의 풀타임을 뛰었던 선수”라며 “많이 노력하는 선수다. 송구에 약점을 보였지만 점점 자신감을 보인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칭찬했다. 오준혁의 활약 덕분에 KIA는 외야 고민도 덜었다. 김주찬(좌익수)∼김호령(중견수)∼오준혁(우익수)을 중심으로 외야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오준혁을 만났다.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이 찾아왔다는 느낌이 드나.

“아직 시즌 초반이니 그렇게 생각하긴 이르다. 일단 올 시즌이 끝나고 봐야 윤곽이 나올 것이다. ‘자리를 잡았으니 1군 선수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초심이 가장 중요하다. 항상 예전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야구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많이 믿어주시니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한발 더 뛰고, 공 하나라도 더 보려고 노력하고, 더 신경 써서 치려고 한다.”

-올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엔트리에 포함됐다.


“정말 기분 좋았다. 개막엔트리는 물론 선발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는데 사실 많이 긴장하긴 했다. 정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감독님께서 도와주셨으니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한다.”

-KIA 타선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마음가짐의 차이라고 본다. 스윙 궤도가 달라졌고, 분위기도 바뀌었다. 감독님 말씀에 구애받지 않고 내 야구를 할 수 있다. 애리조나∼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코치님들이 신경 많이 써주셨다. 2군에 있을 때도 정회열 감독님과 김선진, 조경환 코치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잠시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나.

“생각의 차이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처음에는 개막엔트리에 포함됐으니 뭔가 보여주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안 되니까 초조하더라. 열흘 동안 2군에 내려갔다 왔는데 감독, 코치님께서 ‘초조할 필요 없다. 너는 아직 어리니 네 할 것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신 것도 하나의 계기였다. 나를 믿고 경기에 내보내주시는 자체가 큰 선물이다.”

-천안북일고 시절 은사였던 이정훈 감독(현 한화 육성군 타격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안다.

“요즘도 안부인사 차 연락을 드리곤 한다. 언젠가 야구하면서 다시 만날 수도 있는 분이다. 이 감독님은 정신력을 강조하셨다.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인성과 정신력을 갖춰야 하고 기술은 그 다음’이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선수 시절의 이 감독님은 내 롤 모델이다. 작은 체구에도 근성과 힘이 대단했다. 지도자로서 도움을 주신 것과 별개로 선수 시절의 모습이 인상 깊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팀을 옮긴 선수들 중 가장 잘하고 있다.

“(김)광수 선배님도 계시는데.(웃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한화에서 내가 필요하지 않은 걸까. 병역도 해결했고, 나이도 스물다섯인데 이렇게 보낼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 한화에 정이 많이 들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KIA에서 나를 필요로 해서 데려온 것이 아닌가. 지금은 한화와 KIA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박흥식 타격코치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항상 ‘홈런보다 출루가 우선이다. 하루에 두 번씩만 나가도 성공이니, 볼넷이든 실책이든 출루 자체에 의미를 두라’고 강조하셨다.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콘택트 스윙에 집중하는 게 맞다.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안타가 나오는 것 같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1순위는 수비, 2순위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벌크업이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는데, 벌크업은 펀치력 강화와도 관련 있다.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다 보니 힘의 차이를 많이 느낀다.”

-야구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열쇠를 꼽자면.

“야구는 75%가 멘탈이라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항상 함평(2군)에서 밥 먹던 시절을 떠올린다. 나보다 힘들게 야구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나는 운이 좋은 것뿐이다. 힘들게 야구하는 선수들 생각하면 하나라도 더 열심히 하고 또 많이 뛰어야 한다.”

-어떤 공격지표가 최우선이라 생각하는지.


“많이 출루하고, 득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자신 있게 홈런 10개를 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2번씩 꼬박꼬박 출루하는 것으로 바꿨다. 물론 가장 욕심이 나는 공격지표는 홈런이다. 홈런은 정말 멋지지만 당장은 쉽지 않다.(웃음) 내게 최우선 과제는 출루다.”

● KIA 오준혁은?

생년월일=1992년3월11일
출신교=순천북초∼순천이수중∼천안북일고
키·몸무게=187㎝·80㎏(우투좌타)
프로 입단=2011년 한화 입단(2011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전체 64순위)
프로 경력=한화(2011년)∼경찰야구단(2013∼2014년)∼KIA(2015년∼현재)

광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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