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 서울 잠실야구장에 광주 방문경기를 마치고 상경한 두산 선수단의 버스가 도착했다. 박철우 두산 타격코치(52)와 두산 백업포수 박세혁(26)은 버스에서 내려 같은 승용차에 탔다. 퇴근길의 동반자 박 코치와 박세혁은 부자(父子) 사이. 박세혁은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은 차량의 조수석에 앉았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은 이들이 유일하다.
박세혁은 “아버지와 외모, 목소리가 비슷해 팀 동료인 허경민과 박건우가 나를 ‘코치님’이라고 부르며 놀릴 때가 있다”며 웃었다. 박 코치도 “방망이 치는 폼이 아빠와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좀 편하게 치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2014년 두산과 계약한 박 코치는 지난 연말 상무에서 제대한 박세혁이 두산에 복귀하면서 아들과 한 배를 타게 됐다. “처음엔 가족이다 보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부담도 됐다. 하지만 운동장에서는 아들이 아니라 한 명의 선수일 뿐이고 코칭에만 신경 쓰고 있다.”(박철우 코치) “유니폼 입고 있으면 (아버지에게) 먼저 말을 안 건다.”(박세혁).
박 코치는 해태와 쌍방울에서 12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278, 59홈런, 372타점을 기록했다. 1989년 해태의 4연패를 이끌며 그 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와 골든글러브(지명타자 부문)를 수상했다. 신일고와 고려대를 나온 박세혁은 2012년 2차 47순위로 두산 지명을 받은 ‘미완의 대기’다. 박세혁은 “쌍방울 시절 아버지를 응원하러 전주 야구장에 다니면서 나도 야구를 하게 됐다. 늘 겸손하고 노력하라는 말씀을 해준다. 아버지가 코치로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광주가 고향인 박 코치는 SK 코치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로 이사를 왔다.
올 시즌 목표였던 1군 진입에 성공한 박세혁은 최근 SK와의 경기에 대타로 나서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포수를 보면서 왼손 대타로도 나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혁은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포수 뿐 아니라 1루수나 외야수로도 기용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박 코치는 “팀 성적도 좋고 주위 분들이 (박세혁을) 인정해줘 즐겁다. 출전 기회가 적더라도 의기소침하지 말고 늘 준비하고 기다리는 말을 자주 해준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박 코치는 “초등학교 때 세혁이가 종이 접기로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준 기억이 난다. 부상 없이 잘 뛰어주기만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세혁은 “일본, 호주 해외 전지훈련 때는 아버지와 늘 같이 갔기에 선물을 따로 사지 않았다. 이번엔 스승의 날까지 겸해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비밀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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