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싶은’ 김기태 감독의 시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일 05시 45분


KIA 김기태 감독(가운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가운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허리 통증에도 경기 내내 서서 관전
선수들에게 ‘분위기 전환’ 메시지도


KIA 김기태 감독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감독실 소파에 앉아있지를 못한다. 허리가 아파서 따로 딱딱한 의자 1개를 감독실에 들여놨다.

김 감독은 “허리가 아픈 적이 없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앉는 것도 힘이 드는데 서 있는 것은 더 고통스럽다. 주초 대전 한화전부터 허리에 통증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고, 늘 하던 대로 계속 서서 끝까지 경기를 지휘한다.

김 감독은 굳이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아픔을 감추면서까지 선수들과 똑같이 호흡하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다. 심지어 1일 두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필드에 나와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했다. 코치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김 감독의 성향 상, 선수를 기술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다.

KIA는 4월을 9승13패로 마감했다. 김 감독은 “4월은 실패”라고 말했다. 그러나 KIA를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엄혹하다. 선발 윤석민, 임준혁을 비롯해 불펜의 한승혁, 곽정철, 심동섭 등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다. 타선도 힘이 빠지고 있다. 5월의 첫날부터 실책이 빌미가 돼 결승점을 내주며 1-4로 패했다. 에이스 양현종은 116구를 던지며 7이닝(4실점)을 던졌으나 또 승리를 얻지 못하고 3패째를 당했다.

김 감독은 2회 수비 직전,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투구폼을 지적했다. ‘벤치가 이 정도로 이기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보여준 시위였다. KIA의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는 ‘동행’이다. 동행의 선두에는 김 감독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김 감독이 멈춰서 선수들을 잠시 기다려줘야 할 때인 것 같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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