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누르는 오승환, ML 공인구와 찰떡궁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1일 05시 45분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컵스전 1이닝 2K…무실점 비결은?

공인구 실밥 꽉 조여있어 한국과 달라
손바닥과 공 사이 떠 있어 편하게 투구
초당 40.5회 직구 평균회전수도 한 몫


레슬링 선수보다 뛰어난 악력, 그 힘으로 찍어 누른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돌직구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이유다. 투수들은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매우 민감하다. 던지는 대상인 ‘공’은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국제대회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공인구 적응일 정도. 그러나 오승환은 ‘공인구의 장벽’ 또한 가볍게 뛰어넘었다.

또 1이닝 퍼펙트 오승환 “MLB 공인구가 편하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왜 진작 안 갔을까’ 싶을 정도로 잘 던지고 있다. 오승환은 7번째 등판인 20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 6회초 2번째 투수로 등판해 삼진 2개 포함 1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제구된 94마일(약 151km)짜리 직구로 연거푸 삼진을 잡아내는 장면이 백미였다.

7연속경기, 7.2이닝 무실점 행진이다. 28타자를 상대하면서 피안타는 단 1개, 탈삼진은 무려 13개다. 타자들은 좀처럼 오승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엔 색다른 비결이 하나 있다. 바로 남들은 어려워하는 ‘공인구와의 찰떡궁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 동안 빅리거 생활을 한 김선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스프링캠프 때 오승환이 공인구를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놀랐었다. 대개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오히려 좋아하더라. 투수가 공을 잡았을 때 느낌이 마운드에서 자신감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밥 채기 어려운 MLB 공인구, 오승환의 비밀은?

메이저리그는 롤링스사 제품을 공인구로 사용한다. 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역시 이 공을 쓴다. 한국이나 일본프로야구에서 쓰는 공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용 전에 러빙 머드(rubbing mud)라는 특수 진흙을 골고루 묻힌다는 점이다.

투수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차이는 ‘실밥’이다. 롤링스사의 공은 실밥이 꽉 조여 있어 도드라지지 않는 편이다. 실밥이 도톰하게 올라온 한국이나 일본의 공을 쓰던 투수들, 특히 실밥을 채는 구종인 슬라이더나 커브를 주로 구사하는 선수들이 애를 먹는다.

오승환은 1∼3회 WBC에 모두 출전했다. 남들보다 롤링스 공이 익숙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비밀은 오승환의 투구에 있다. 실밥을 채는 투수들과 달리 오승환은 공을 찍어 누르는 식으로 투구한다. 손바닥과 공 사이가 떠있다. 일반적으론 손바닥에 공이 밀착되기 마련이다.


● 남다른 회전수가 돌직구의 비밀!

평범하지 않은 투구가 오승환의 장점이다. 오승환은 2010년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할 때 ‘악력 측정’을 하면서 운동선수 중 악력이 가장 좋다는 레슬링선수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 공을 찍어 던질 수 있는 건 오승환의 타고난 악력 덕분이다.

이 때문에 실밥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MLB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은 이유다. 또 찍어 던지는 공은 남다른 ‘회전수’를 보인다. 올 시즌 직구의 평균 회전수는 2310rpm을 기록했다. MLB 투수 평균치는 2239rpm이다. rpm는 분당 회전수다. 이를 초당으로 환산하면 오승환의 공은 초당 38.5회, MLB 평균치는 37.3회 회전했다는 말이다. 회전수가 높은 공은 흔히 볼끝이 살아 들어오는 효과가 있다. 타석에서 타자들은 마치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승환은 한국에서 뛸 때부터 남다른 회전수를 보였다. 기록·통계 전문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뛴 2013년 오승환의 평균구속은 150km였다. 이때 평균 회전수는 초당 44회로, KBO리그 평균치인 37.8회를 뛰어넘었다. 300구 이상 던진 우투수 중 4위다. 올 시즌은 초당 40.5회를 기록한 2012년 수치와 비슷하다. 남들과는 다른 투구 스타일, 그리고 환경과의 좋은 궁합이 오승환을 세인트루이스의 ‘끝판왕’으로 만들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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