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카메라도 놓친 박병호 홈런 타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8일 05시 45분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LAA전서 쏘아올린 141m 초대형 홈런의 위력

1. 올시즌 ML 홈런 중 비거리 두번째
2. 타깃필드 역대 5번째 초대형 홈런
3. 중계카메라도 홈런 타구 못 쫓아가
4. ‘걸리면 끝’ 투수에겐 공포 그 자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박병호(30)는 17일(한국시간)까지 31타수에서 6안타(타율 0.194)를 쳐냈다. 삼진은 14개(4볼넷)를 당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투수 공을 잘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관적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6개의 안타 중 홈런이 2방, 2루타가 2개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중치를 둘 수 있는 지점은 바로 홈런 비거리다. 9일 캔자스시티 원정에서 터진 첫 홈런(비거리 132m)에 이어 17일 홈구장 타깃필드에서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나온 2호 홈런 비거리는 141m에 달했다. 미네소타 구단 트위터는 “어디로 갔을까? 경기장 밖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홈런 영상을 소개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터진 전체 홈런 중 두 번째로 멀리 뻗어나간 홈런이다. CBS스포츠에 따르면, 미네소타가 타깃필드를 홈으로 쓰기 시작한 2010년 이후 5번째 장거리포에 해당하는 아치다. 박병호의 홈런랭킹은 전체 42위로 평범하다. 1위 콜로라도 트레버 스토리(7홈런)에 비할 바 아니다. 그러나 양이 아닌 질의 영역에서는 강렬하다.


● 박병호의 홈런 비거리가 가지는 가치


박병호가 홈런을 터뜨릴 때마다 미국 전역이 시선을 모으는 이유는 가공할 비거리 덕분이다. 아직 적응 중인 박병호가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음에도 팀 안팎에서 박병호를 경시할 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스카이스포츠 이효봉 해설위원은 “이런 홈런들을 보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일지라도 ‘한번 걸리면 간다’는 경계심을 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박병호의 생존공간이 확보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위원은 “첫해인 지금 단계에서 박병호가 타율이나 삼진 개수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할대 초반 타율을 치고, 삼진이 많더라도 20홈런을 넘기면 상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박병호의 타격 지향도 장타를 많이 치는 쪽이라고 볼 수 있다. KBO시절보다 수준 높은 투수들과 붙는 만큼,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는 노려 치기 위주다. 헛스윙을 두려워하지 않고, 풀스윙을 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이 추세로 가면 박병호의 예상 홈런을 27∼29개로 예측하고 있다. 타율은 0.250 안팎 수준이고, 삼진 숫자는 148∼162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홈런만 생산한다면 누구도 박병호의 첫 시즌을 부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미네소타는 기다려준다

미국 현지에서 만났을 때 박병호는 음미할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삼진 3개를 당했다. 그런데 미네소타 구단이 한국 언론 반응을 체크하더니 더 놀라더라.” 이 말 속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박병호의 의지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선수를 판단하겠다는 미네소타의 정책이 담겨져 있다. 실제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영입하기 위해 1285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넥센에 지불했고, 5년 최대 18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했다. 스몰마켓 팀 미네소타로선 꽤 큰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결국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는 곧 기회의 보장을 의미한다. 박병호가 이곳 투수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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