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김성근 감독…힘겨운 감독들의 사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6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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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 감독은 14일 대전 두산전 도중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이전까지 심한 감기몸살과 불면증으로 휴식을 제대로 못 취했던 게 원인이었다고 알려졌다.

구단에 따르면 김 감독은 개막 후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팀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는 비단 김 감독만의 얘기가 아니다. 각 구단 감독들도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와 싸운다.

감독은 어렵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선수들을 한데 모아 7개월의 대장정을 치러야 한다. 혹 팀성적이 좋지 못하면, 선수가 다치면, 사고라도 터지면 모든 화살은 감독에게 향한다. 물론 매일 같이 순위가 매겨진 성적표를 만인에게 공개하며 사는 선수들이나 담당하고 있는 파트의 선수들이 부진하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코치들도 마찬가지지만, 감독은 이런 부분까지 모두 끌어안아야한다.

A 감독은 “팀이 구상대로만 되면 좋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야구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선수들에게 감독은 1명이지만 감독은 여러 선수들을 상대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베테랑 B 감독도 “감독이라는 자리가 참 어렵다”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 하고, 화가 나도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감독이 해야 할 일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진 풍토에 적응하는 노력도 기울여야한다. 가장 힘든 부분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람 관계다. 한 여자농구 감독은 “경기하는 것보다 선수들과 이른바 ‘밀당’을 하는 게 더 어렵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A 감독도 “예전 같으면 타박상 정도는 경기에 당연히 나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가고 몸이 최고의 재산이 되다 보니 조금만 상태가 나빠도 몸을 사린다. 세대가 변했기 때문에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 감독은 “선수들마다 성향도 다르다. 혼내도 개의치 않고 야구를 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혼내면 주눅이 드는 선수가 있다. 각자 성격에 맞게 대하지 않으면 팀을 꾸려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독들에게 불면증은 흔한 병이다. “팀이 진 날이면 머릿속에서 그날 경기를 곱씹다가 동이 트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잠을 설치면 피로 때문에 다음날까지 악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해 술기운을 빌리거나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는 감독들도 있다. D 감독은 “경기 끝나고 들어가면 잠이 너무 안 와서 술 한 잔을 꼭 하고 잔다”며 “팀이 진 날은 사람들 눈도 있고 밖에서 마시기 힘드니까 방에서 혼자 한 잔 하고 잠을 청한다”고 귀띔했다.

야구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해군 제독과 함께 남성이 선망하는 3대 직업으로 꼽힌다. 그만큼 하기 어렵지만, 하게 된다면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러나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적잖은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70세 고령에도 ‘지옥의 펑고’를 펑펑 치며 건재함을 알렸던 김 감독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다른 감독들이 남의 일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유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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