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윤석민 “형님 먼저, 아우 먼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31일 05시 45분


KIA 윤석민-양현종(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KIA 윤석민-양현종(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시즌 개막전 선발 서로 양보 훈훈

KIA 김기태 감독은 지난 겨울 양현종(28)과 윤석민(30)에게 한 가지를 주문했다. “개막전과 홈 개막전 선발을 둘이 상의해서 정해라.” 개막전 선발은 에이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을 문제라고 판단해 아예 선수들에게 맡긴 것이다.

둘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또 KIA를 대표하는 양대 에이스다. 윤석민이 2014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양현종은 굳건히 KIA 마운드를 지켰다. 윤석민이 지난해 복귀한 뒤 마무리를 맡으면서 둘이 앞문과 뒷문을 책임졌다.

4월 1일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NC와의 개막전 선발은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을 꾸준히 지켜온 양현종에게 돌아갔다. 윤석민은 5일 LG와의 홈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KIA는 선발진만큼은 큰 걱정이 없다. 양현종-윤석민이라는 10개 구단 최강의 ‘토종 원투펀치’가 있다.

양현종은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인터뷰에서 “나보다는 (윤)석민이 형이 우리 팀의 에이스다. 석민이 형은 선발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마무리가 없는 팀을 위해 보직을 바꿨다”고 말했다. 위기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 윤석민에게 배운 것이 많았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윤석민은 2005년 KIA 입단 이후 선발과 불펜을 분주히 오갔고, 지난해에는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렸다. 타이거즈 소속 30세이브 투수는 1998년 임창용 이후 처음이었다.

윤석민도 화답했다. 그는 28일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가끔 나한테 에이스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 팀 에이스는 (양)현종이다. 현종이는 2013년부터 꾸준하게 선발진을 이끌어왔다. 또 항상 노력하는 선수다”고 밝혔다. 아울러 꾸준히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양현종은 2014년(16승)과 지난해(15승) 연속해서 15승 투수였다.

서로가 서로를 에이스로 치켜세우는 훈훈한 장면, 자존심이 센 투수들에게 보기 힘든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둘은 절친한 KIA 마운드의 양대 축이다. 올 시즌 KIA의 운명은 둘의 어깨에 달렸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