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선발 공개 No” 김성근<한화>-양상문 감독 ‘기싸움’

  • 스포츠동아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 참석한 10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새 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 참석한 10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새 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KBO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

“결정 못했다” “나도 공개 않겠다”대립
한화·LG 뺀 8개구단 개막전 선발 공개
삼성 차우찬-두산 니퍼트 맞대결 성사


과연 누구일까. 개막전을 장식할 각 구단 선발투수가 모두 공개된 가운데, 잠실구장에서 맞붙는 한화-LG의 선발투수 매치업만 물음표로 남았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은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4월 1일 펼쳐지는 개막전의 선발투수 공개를 놓고 신경전을 주고받으며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다른 8개 구단 감독들은 모두 공개한 상황이라 양 팀이 더 주목받았다.

홈팀이 먼저 선발투수를 밝히는 순서로 진행됐는데, 공식 개막전이 열리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선 삼성 차우찬-두산 더스틴 니퍼트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고척스카이돔은 넥센 라이언 피어밴드-롯데 조쉬 린드블럼의 선발 맞대결로 막이 오른다. 마산구장에선 NC 에릭 해커-KIA 양현종이 선발로 예고됐다.

이어 잠실구장 차례. 홈팀인 LG 양상문 감독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양 감독은 그러나 잠시 뜸을 들이더니 “선발투수는 먼저 김성근 감독님께 마이크를 넘기겠다”고 선수를 쳤다. 아무래도 LG가 공개하더라도 한화 쪽에서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친 듯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는 “여기 국회의사당이 아니다. 양보할 필요 없다”며 웃더니 “오늘 새벽 3시까지 고민했는데 결정하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시 마이크를 넘겨받은 양 감독은 “어릴 때부터 김성근 감독님 제자로 많이 배웠다. 야구관은 비슷하게 가기 때문에 나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김 감독이 태평양 지휘봉을 잡은 1989년과 1990년 현역 시절을 보냈고, 2002년에는 LG 감독과 투수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김 감독이 SK 사령탑 시절 양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해 인스트럭터로 영입한 인연도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있지만, 감독 대 감독으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사회자의 진행으로 다시 마이크를 넘겨받은 양 감독은 “좀더 고민해보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아까 여기 오기 전에 KBO에 물어보니까 안 해도 된다고 하더라”며 이미 확인작업을 거친 사안임을 강조했다.

김 감독이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현재 팀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는 팔꿈치 통증으로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않아 일단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른 투수들 중에서도 일찌감치 선발로 낙점할 만한 확실한 카드가 없다. 양 감독은 평소 미리 선발투수를 발표하지 않는 김 감독의 스타일과 한화 팀 사정까지 고려하면 혼자만 선발투수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선택권을 김 감독에게 넘긴 듯하다. 양 팀의 선발투수는 개막에 하루 앞선 31일 공개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다른 감독들도 재치 있는 입담과 신경전으로 미디어데이를 뜨겁게 달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개막전 선발투수는 옆에 있는 차우찬 선수”라고 밝히면서 “두산에선 니퍼트 선수가 나올 걸로 예상하는데 개막전 한번 깨보도록 하겠다”고 선제 펀치를 날렸다. 상대 감독이 자신의 팀 선발투수를 공개하는 상황에 대해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인데…”라며 웃더니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이라도 바꿔드릴 수 있는데. 니퍼트입니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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