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박지성 “한일전 승부차기, 그때 내가 나섰어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5일 05시 45분


전 축구선수 박지성.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전 축구선수 박지성.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박지성, 선수 시절 가장 후회스러웠던 순간은?

“후배들 뒤에 머물렀던 게 아쉬워
돌아가고 싶다면? 부상 이전으로”

박지성(35)은 ‘현역 커리어’를 완전히 끝내기에 앞서 태극마크를 먼저 반납했다. 2011년 1월 25일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1카타르아시안컵 4강전이었다.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이 멋진 퍼포먼스의 절정을 보이던 시점이었다. 당시 ‘숙명의 라이벌’을 만난 태극전사들은 연장 혈투 끝에 2-2로 비겨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결과는 모두가 기억하다시피 참담했다. 0-3 패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용래(수원삼성)∼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차례로 키커로 나섰지만, 상대 골키퍼 가와시마의 철벽 방어를 누구도 뚫지 못했다.

이날 뼈아픈 패배를 당한 한국은 또 한 번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4년 뒤로 미룬 채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3·4위전으로 밀려났다. 충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일전에서 120분 풀타임을 소화한 박지성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출전)에 가입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은퇴를 깜짝 선언했다.

3번의 월드컵(2002·2006·2010년), 2번의 아시안컵(2000·2011년)에서 그 누구보다 활발히 그라운드를 누비던 영웅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축구팬들은 경악했다. 당연히 박지성 본인도 이 경기를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단순히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애지중지한 붉은색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픔과 후회가 남은 무대였던 탓이다.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만난 그에게 물었다. ‘선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지금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거나 후회되는 순간을 꼽는다면?’ 박지성의 답은 솔직담백했다. “부상 이전의 시간으로 한 번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내 그를 괴롭힌 고질인 무릎 통증은 일본 교토 상가에서 뛸 때부터 따라다녔다. 물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떠났고, 그 이후에도 나름 성공적인 이력을 썼으니 말이다. 솔직히 대표팀에서도 혼신을 다했기에 큰 후회는 없다. 딱 한 번의 선택을 제외하곤. 그 순간은 바로 은퇴경기가 된 한·일전 승부차기였다. 어릴 적, 깊이 각인된 페널티킥 트라우마에 발목을 잡혔다. 수원공고 시절, 자신의 실축으로 많은 동료들에게 큰 아픔을 남긴 기억을 끝내 털어내지 못했다.

“가슴 깊이 묻었던 후회의 순간이 있다. 내가 그 때, 아시안컵 한·일전에서 키커로 나섰어야 했다. 그냥 후배 뒤에 머물 것이 아니라 당당히 내가 나섰어야 했다. 페널티킥에 그저 약하다는 생각에 정말 옳지 않은 선택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런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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