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1899년 도핑 첫 등장 그 기원은 경마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5일 05시 45분


경주마에 사용되는 아편·마약의 혼합물 정의

현대의 스포츠에서 ‘도핑테스트’는 공정한 경쟁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잣대다. 그런데 도핑테스트의 시작이 경마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도핑’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사전에 등장한 1899년이었다. 당시 사전에서는 ‘Doping’을 ‘경주마에게 사용되어지는 아편과 마약류의 혼합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요즘은 스포츠 전 분야에 걸쳐 당연히 실시되고 있는 도핑테스트지만 그 시작점은 이처럼 경마였다. 경마 초창기 영국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말이 우승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쓰였는데, 위스키나 포도주 등을 마시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세기부터는 경마에 도박꾼들이 몰리면서 도를 넘기 시작해 결국 영국의 뉴마켓 경마장에서는 인기마 4두가 죽는 사고가 벌어졌다. 조사 결과 한 사기꾼이 경마부정을 꾀해 ‘비소’를 사용해 경주마를 죽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범인이 교수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경마에서 위스키 등은 물론 아편 등의 마약까지 경주마들의 능력향상을 위해 공공연히 사용되었는데, 1911년 오스트리아 경마당국이 화학자 프랜켈 박사를 고용해 경주마 타액의 화학물질을 검사하기 시작한 것이 도핑검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도핑테스트를 시작한 시기는 1968년이다.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올림픽(11회)과 멕시코 올림픽(19회)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인 약물사용여부검사를 실시했다. 경마보다 무려 57년이나 늦은 것이었다.

운동경기와 같이 개인의 명예와 부를 위해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는 해당 선수의 명예와 부가 박탈되면 그만이다. 하지만 경마경기의 특성상 우승마와 관련해 베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 피해는 금지약물 투여 관련자들의 처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때문에 전 세계 경마시행체들은 경마고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주마에 대한 도핑검사를 매우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역시 도핑검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부경, 제주경마공원에 도핑검사만을 전담하는 전담부서가 따로 있으며, 매 경마일 전체 출전경주마를 대상으로 사전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경주가 끝나면 1위부터 3위까지 경주마와 재결에서 지정한 마필까지 경주 후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경주 전 도핑테스트는 혈액을 이용해 검사하고 있으며, 경주 후 검사는 경주마의 뇨(尿)를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사람(운동선수)에 대한 도핑검사의 경우 약 100여 가지 종류에 대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경주마의 경우 포유동물의 체내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신경계, 심혈관계, 근골격계, 매분비계 등)이 약 800여종에 달할 만큼 세분화 되어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KRA 한국마사회는 지난 2001년 경주마 약물검사 분야에서 ISO(국제표준화기구)가 인정하는 국내 유일의 국제공인시험기관의 자격을 획득했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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