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챔프전 변곡점 ‘오버네트·오버블로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4일 05시 45분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왼쪽 끝)이 22일 V리그 챔피언 결정 3차전 3세트 때 비디오판독으로 정정된 판정을 재심으로 뒤집은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왼쪽 끝)이 22일 V리그 챔피언 결정 3차전 3세트 때 비디오판독으로 정정된 판정을 재심으로 뒤집은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신영석 공격’ 비디오판독 후 오버네트 판단
현대캐피탈 재심 요청 끝에 오버블로킹 결론
OK저축은행 “재경기·심판감독관 징계 요구”

어쩌면 그 재심요청이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의 운명을 바꿀 변곡점이 될 수도 있겠다.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OK저축은행-현대캐피탈의 3차전. 1-1로 팽팽하던 3세트 13-13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OK저축은행 김정훈의 서브를 현대캐피탈이 문성민의 백어택으로 연결했다. 이 공을 OK저축은행 곽명우가 받아냈으나 네트 근처로 높이 떴다. 현대캐피탈 신영석이 그 공을 밀어넣었다. OK저축은행에선 박원빈이 몸을 날리며 블로킹을 시도했지만 공은 코트에 떨어졌다. 현대캐피탈의 득점.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신영석의 공격이 ‘오버네트’라고 판단했다. 오버네트는 규칙서에 있는 용어는 아니다. 네트 너머의 공을 접촉하는 행위(Meeting Beyond The Net)다. 상대 코트에 있는 공을 터치하는 것은 반칙이다. 비디오판독 영상을 보면 신영석이 공을 건드리는 순간, 분명히 상대의 네트 너머에 공이 있었다. 신영석의 손도 네트 위 가상의 라인을 넘어 상대편에 있었다. 그래서 경기감독관은 “비디오판독 결과 오버네트”라고 발표했다. OK저축은행의 득점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재심요청을 했다. 4일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기술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당시 김건태 KOVO 심판위원장은 “서브를 제외하고 상대팀에서 우리 코트로 넘어오는 방향의 공은 블로킹의 경우 상대의 네트를 넘어서도 터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오버블로킹’이라고 한다. 기술위에서 이 대목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지만, 김 위원장은 “우리 방향으로 공이 오는 경우는 네트를 넘어도 된다”고 확인해줬다. 그 사실을 잘 기억한 최 감독이 재심요청을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결정사항을 경기감독관들은 납득하지 못한다는 것. 이날도 경기감독관은 최 감독의 재심요청이 오자 즉시 “사실 판정은 재심요청 대상이 아니다”며 기각했다. 옆에 있던 심판감독관은 재심요청을 받아들이고 심판위원장을 불러 논의하자는 입장이었지만, 경기감독관은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

그러나 심판감독관과 협의하지 않은 발표였기 때문에 심판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재협의를 거쳐 비디오판독 내용을 뒤집었다. 결국 현대캐피탈의 득점으로 최종 확정됐지만,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데다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어 뒷말이 많다. 김 위원장은 “신영석이 공을 건드린 동작만 볼 것이 아니라, 연결동작까지 봐야 한다. 2년 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나왔고 규칙설명회에서도 얘기해줬다”며 룰 적용의 잘못에 따른 정정이 맞다고 봤다.

비디오판독의 재심요청은 절대로 받아줘선 안 된다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22일 상황은 V리그 최초 사례가 됐다. 그만큼 절차상의 하자는 있었다. 물론 절차는 틀렸어도 잘못된 룰을 적용해 틀린 결과가 나오는 것보다는 낫다는 반대논리도 있다.

OK저축은행은 23일 “이번 사안에 대해 KOVO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재경기와 더불어 해당 심판감독관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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