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범실 신경쓰지마”…양철호 “범실 줄여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10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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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박미희 감독-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내일 현대건설-흥국생명 PO 1차전

박감독, 경험부족 극복할 과감한 플레이 주문
양감독, 맞대결 경기때 범실 많아 집중력 요구


드디어 ‘봄 배구’다. 10일 오후 7시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대한항공의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준PO) 단판 대결이 펼쳐진다. 11일에는 올 시즌 가장 인기 높은 여자구단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수원체육관에서 PO(3전2승제)를 시작한다.

포스트시즌은 ‘오늘의 경기’다. 지금 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가장 잘 통하는 공격으로 점수를 내야 한다. 모양보다는 실리가 더 대접받는다. 중요한 것은 선수단의 사기와 최근 팀 분위기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올 시즌 6차례 맞붙어 3차례나 풀세트 접전을 벌였다. PO 결전을 앞둔 두 팀의 준비과정과 키워드는 같고도 달랐다.

● 알렉시스를 혼낸 박미희 감독, 정미선을 혼낸 양철호 감독

7일 훈련 때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평소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였다. 새 외국인선수 알렉시스의 훈련태도를 지적했다. 의도를 담았다. 알렉시스의 마음가짐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필리핀리그를 마치고 LA의 친구 집에서 쉬다 갑자기 한국으로 오게 된 알렉시스에게 포스트시즌은 ‘서비스 경기’다. 다른 선수들은 시즌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자신은 더 남아서 경기와 힘든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계약서상 경기는 치러야 하겠지만, 자발적으로 의욕을 가지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다. 흥국생명은 5년 만에 봄 배구에 나섰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구성원 가운데 누구라도 다른 생각을 품고 있으면 곤란하다. 그래서 알렉시스를 혼냈다. 다른 선수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도 같은 날 훈련 때 정미선을 불렀다. 훈련 때나 경기 때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지적했다. 양 감독은 5일 정규리그 6라운드 맞대결에서 흥국생명을 이기고 싶었다. 3세트까지 2-1로 앞섰다. 4세트부터 선수들의 마음이 풀어졌다. 역전패를 당했다. 3세트까지 김연견과 기막힌 수비를 했던 정미선은 패배를 자신의 탓이라 여겼다. SNS에서 그를 비난하는 팬들도 있었다. 그 영향 탓인지 훈련 내내 고개를 숙였다. 양 감독은 “경기에 진 것은 너의 책임이 아니다. 시즌 동안 잘해왔다. 어느 누구도 너를 질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훈련 후 한유미와 30분간 더 달리기도 시켰다. 지금 현대건설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 자신감이라고 양 감독은 보고 있다.

● 범실을 보는 두 감독의 다른 생각과 지시

8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양철호 감독은 범실이 PO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 2승4패를 했는데, 흥국생명보다 범실이 10개 많은 경기는 대부분 졌다. PO에선 최대한 범실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하고, 상대 공격수를 파악해 위치 선정을 잘한다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건설은 전반기에 모든 선수의 고른 활약이 빛났던 토털 배구로 상대팀을 제압했다. 당시에는 범실도 눈에 띄게 줄었다. 구단은 시즌을 앞두고 세트 평균 4.5개 이하로 범실이 나오면, 라운드별로 5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1·2라운드는 목표치 이하로 범실이 나왔다. PO에서도 현대건설의 키워드는 범실이다.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흥국생명이 기록한 범실은 105개였다. 현대건설은 126개. 시즌 전체 범실을 보면 IBK기업은행이 486개로 가장 적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가 616개로 가장 많다. 현대건설은 535개로 범실 순위 2위다. 그만큼 시즌 전체로 보면 범실이 줄었지만, 유독 흥국생명전에선 많이 나왔다.

여자부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젊지만 경험이 부족한 흥국생명은 설익은 반면 가능성이 큰 팀이다. 박미희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간절함도 필요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모처럼 맞은 봄 배구에 주눅이 들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한다. 그래서 ‘용감한 배구’를 주문했다. 박 감독은 “지금까지 30경기를 했지만 너희들이 앞으로 더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범실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고 자유롭게 플레이하라”고 지시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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