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 박병호’ 포기하지 마!”… ML 유일 아시안 1루수 출신 최희섭의 응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1일 05시 45분


박병호가 미네소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인 1루수 자리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네소타에는 주전 1루수 조 마우어가 있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많을 전망이다. 최희섭은 “박병호가 지명타자라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기 위한 자신만의 리듬을 꼭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출처|미네소타 트윈스 페이스북
박병호가 미네소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인 1루수 자리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네소타에는 주전 1루수 조 마우어가 있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많을 전망이다. 최희섭은 “박병호가 지명타자라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기 위한 자신만의 리듬을 꼭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출처|미네소타 트윈스 페이스북
1루수·DH에 바라는 건 25∼30홈런
수비 하는 것과 지명타자는 큰 차이
자신의 리듬 찾는 데도 포지션 중요


최희섭(37·은퇴)이 박병호(30·미네소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특별하고 애틋하다. 100년을 훌쩍 넘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1루수는 지금까지 사실상 최희섭뿐이었다. 메이저리그가 선호하는 일본프로야구 출신 중에서도 전문 1루수는 없었다.

최희섭은 “메이저리그가 1루수, 지명타자에게 바라는 성적은 25∼30홈런이다. 그만큼 부담감이 크지만 팀 내에서 위상이 특별하다. 박병호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다. 잘할 것이라 믿는다. 다만 미네소타 단장의 인터뷰를 보면 조 마우어의 존재 때문인지 계속 지명타자만 강조한다. 1루 수비를 하는 것과 지명타자로만 출장하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박병호가 극복해야 할 숙제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희섭은 2월 20일 볼티모어로 코치 연수를 떠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 머물며 김현수(28)와 만났다. 조만간 미네소타의 캠프지로 이동해 박병호와도 해후할 예정이다.

최희섭은 지금까지 아시아 출신으로는 유일한 빅리그 1루수로, 메이저리그 4년간 40홈런 220안타를 기록했다. 슈퍼스타와의 포지션 경쟁, 뇌진탕 부상 등 빅리그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진심으로 박병호를 응원하고 있다.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에선 시즌 도중 시차가 있는 지역을 오가며 162경기를 치른다. 타격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나는) 높은 순위의 유망주였기 때문에 그나마 많은 기회가 있었다. 박병호도 미네소타가 크게 투자를 한 전력이다. 다만 지명타자라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기 위한 자신만의 리듬을 꼭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는 가장 편안한 포지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NC 이호준은 “경기 내내 수비를 하는 선수들보다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KIA 나지완도 “대부분 수비 포지션을 선호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수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홀로 뛰면서 계속 땀을 내며 몸에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명타자들은 경기당 4∼5타석이 역할의 전부이기 때문에 중압감이 더 크다. 수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앞선 타석에서의 실패를 머릿속에서 빨리 지우는 것도 다른 포지션에 비해 수월치 않다. 그만큼 개인적 노력이 더 필요한 자리다.

미네소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상징과도 같은 마우어는 포수에서 1루수로 이미 한 차례 포지션을 바꾼 경험이 있다. 박병호는 미국으로 출국하며 “한국에선 한 시즌 많이 뛰어야 지명타자로는 15경기 정도였다. 팀이 내게 지명타자를 원한다면 잘 맞춰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실적으로 마우어의 1루 자리를 당장 양보받기는 어려운 만큼, 박병호가 최희섭의 조언과 스스로의 다짐을 잊지 않고 메이저리그에서 지명타자로도 성공하기를 기대해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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