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스케치]전 세계 최강자 200여 명 총집합… “한국, 올해 준우승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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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美서 열리는 아널드 스포츠 페스티벌

“온몸이 터질 것 같은 압박 끝에 상대를 넘기는 손맛이 얼마나 짜릿한데요. 전국의 숨은 고수를 만날 때면 마치 무림의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죠.”

22일 충북 청주에서 만난 소진수 씨(41)는 여전히 승리의 순간이 생생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정월대보름이기도 했던 이날 소 씨는 경북 안동에서 열린 지역 팔씨름 대회에서 막 우승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립보드 랭킹 기준 왼팔 통합 2위이기도 한 그는 이미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밥 먹듯이 하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지만 또다시 시험대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달 4일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열리는 아널드 스포츠 페스티벌 내 팔씨름(Arm Wrestling)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것.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 페스티벌에서도 팔씨름 대회는 백미로 꼽힌다.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200여 명의 팔씨름 최강자가 한자리에 모인다. 국내 참가자는 그립보드가 연 전국대회 3위 이내 입상자 중 선발했다.

대회를 앞두고 소 씨가 청주행을 택한 건 함께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과 모여 서로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대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번 대회에는 소 씨 외에도 서울대 에너지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태경 씨(23)와 헬스장 관장인 김보현 씨(40)가 출전한다. 소 씨와 김 씨는 90kg 이하 급, 이 씨는 무제한급에 나갈 예정이다.

세 명의 국가대표는 50kg짜리 덤벨을 돌아가면서 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긴장감을 감추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은 국제 대회에서 국내 선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참가자 두 명이 각각 3, 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인 수준이다. 셋 중 유일하게 지난해 대회에 참가한 소 씨는 “세계에 숨은 실력자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도 “지난해 1승 밖에 못했지만 올해는 결승 진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막내 이 씨도 “목표는 준우승”이라며 거들었다.

팔씨름 대회를 다니며 만난 전국 각지의 숨은 실력자처럼 이번 대회에서 깜짝 스타가 되겠다는 각오다. 김 씨는 “군 제대 뒤 신문에 팔씨름 대회 광고가 실린 것을 보고 참가했던 내가 이렇게 세계대회 무대까지 밟게 됐다”며 “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더 많은 이가 팔씨름의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청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아널드 스포츠 페스티벌#팔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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