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파, 아시아인 첫 ‘FIFA 대권’ 잡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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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회장선거 20여일 앞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출범 112년 만에 첫 아시아 출신 회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6일 회장 선거를 앞두고 주요 베팅업체들은 바레인 출신의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51)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영국의 윌리엄힐은 3일 현재 칼리파 회장에게 10/11, 잔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46)에게 5/2의 당선 배당률을 제시했다. 10/11은 11원을 걸면 10원을 얹어 21원을, 5/2는 2원을 걸면 5원을 얹어 7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수익률로 따지면 0.9배 대 2.5배다. 수익률이 낮을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다. 이길 가능성이 큰 후보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확실한 수익을 바라고 베팅을 할 것이 예상되므로 돌려받는 수익금은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체 매치북은 한발 더 나아가 칼리파 회장에게 4/7(0.57), 인판티노 사무총장에게 22/5(4.4)의 배당을 걸고 있다. 베팅업체의 배당률은 오즈메이커라 불리는 전문가들이 정한다. 오즈메이커는 여러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의 베팅이 어디로 몰릴지까지도 생각해 배당률을 산정한다.

칼리파 회장의 지지 기반은 기본적으로 아시아(46개국)와 아프리카(54개국)다. 두 대륙은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의 텃밭이었다. 칼리파 회장은 지난해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공개적으로 블라터 지지를 선언했다. 여전히 세계 축구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블라터가 암묵적으로 그를 도와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FIFA가 근본적인 개혁 요구에 직면하면서 유럽이 독점해 온 권력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칼리파 회장에게는 호재다.

남은 20여 일 동안 판세는 바뀔 수 있다. 칼리파 회장 당선의 가장 큰 변수는 인판티노 사무총장이다. 15년 동안 UEFA에서 일해 온 이탈리아계 스위스인인 인판티노 사무총장은 FIFA의 징계로 낙마한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을 대신해 나온 후보다. 갑작스럽게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차근차근 지지 세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최근 중미축구연맹(UNCAF·7개국)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10개국)이 그의 지지를 선언했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개별 국가도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전체가 인판티노 사무총장에게 표를 던질지는 알 수 없다. 특히 2018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유럽 축구의 비주류’ 러시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가 자국의 뒤를 캐고 있는 UEFA의 주류 세력에 반기를 든다면 러시아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 축구 흐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미 일부 군소 후보가 사퇴할 기미를 보이는 등 남은 기간에 후보 간 합종연횡이 있을 수 있다”며 “인판티노 사무총장이 칼리파 회장을 회유해 FIFA 사무총장 자리를 주고 권력을 분점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1904년 FIFA 출범 후 역대 회장 8명 가운데 7명이 유럽에서 나왔다. 1974년 7대 회장으로 선출돼 24년 동안 장기 집권한 주앙 아벨란제가 유일한 남미(브라질) 출신이지만 유럽의 피가 흐른다. 벨기에인 아버지가 브라질로 이주해 그를 낳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fifa 회장선거#칼리파#인판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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