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으로 축구하나”… 무명들 대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권창훈 빼면 대부분 비주전급 선수… 문창진 4골 터뜨리며 화려한 부활
황희찬은 대표팀 미래로 떠올라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다.

이번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린다. 과거의 대표팀,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의 존재감이 산처럼 높았기에 붙은 달갑지 않은 별명이다.

올림픽 대표팀은 23세 이하의 선수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A대표팀과 비교하면 전력 차가 크다.

그래도 이전 대표팀에는 당시 이미 이름값이 높았던 스타플레이어가 꽤 있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는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이 포함됐고, 2012년 런던 대표팀에는 기성용, 구자철, 남태희, 지동원, 김보경 등 일찌감치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2008년부터 A대표팀에서 활약했다.

런던 대회 사령탑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8강을 달성하는 등 일찌감치 연령대별 대표팀을 맡아 차근차근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조련을 했기에 A대표팀에 갈 만한 선수도 많았다.

반면 ‘신태용호’에서는 권창훈(수원) 정도를 빼면 많이 알려진 선수를 찾기 힘들다. A대표팀에서 뛰어본 선수도 권창훈뿐이다. K리그 소속 선수 중에서도 주전급은 별로 없다. 애초 박인혁(프랑크푸르트), 최경록(장크트파울리) 등 유럽파를 합류시킬 계획이었지만 소속 팀이 보내주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가동할 수 있는 전력에서 30% 이상 부족하다”며 허탈해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신태용 대표팀은 축구가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 미드필더 류승우(레버쿠젠), 수비수 송주훈(미토 홀리호크) 등 해외파는 물론이고 문창진(포항), 김현(제주), 이창민(전남), 심상민(FC 서울) 등 K리거들도 그동안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지난해 K리그 11경기 출전에 그쳤던 문창진(포항)은 난적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멀티골을 성공시키는 등 4골을 넣으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권창훈 역시 4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했다.

권창훈과 문창진은 27일 개최국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결승골과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8연속 본선 티켓 획득에 성공했지만 지금 대표팀이 그대로 올림픽에 나갈 수는 없다. 현재 엔트리가 23명인 데 비해 올림픽은 18명이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면 15명만 브라질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살아남는 선수는 6년 뒤 월드컵 출전 가능성도 높다. 2016년 ‘카타르 쾌거’를 달성한 주인공들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해 뛰게 되는 것.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 선수 15명(와일드카드 제외) 가운데 현재 A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7명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권창훈#문창진#황희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