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두산 우승 기운, 대표팀이 받은 것 같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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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무리 훈련장서 만난 김태형 감독
“김현수 잡아야 하지만 떠난다면 빈 자리 채우는 일도 감독의 몫”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난 두산 김태형 감독(48·사진)은 양해를 구하더니 웃옷부터 벗었다.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 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은 23일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40분 정도를 걸어다니고 있다. 1년 동안 10kg 가까이 찐 살이 좀 빠졌다”며 웃었다.

두산 선수 8명이 출전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화제로 올린 그는 “두산의 우승 기운을 대표팀이 받은 거 아닐까. 1년 동안 160경기 넘게 뛰며 고생한 선수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그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1995년 OB(현 두산)가 우승했을 때 선수로 사제 관계를 맺었고, 2002년 은퇴 후 2군 코치로도 손발을 맞췄다. “김인식 감독님은 여유 있게 기다릴 줄 아시는 분이다. 연승이든 연패든 한결같았다. 리더로서 지녀야 할 본보기를 많이 배웠다. 나 역시 급하고 직설적인 성격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플레이 하나에 집착하다 보면 코치나 선수들이 감독 눈치를 보게 된다. 그저 한숨 크게 쉬고 말려 한다.”

김현수의 거취에 대해 김 감독은 “팀 전력의 몇십 %를 차지하는 현수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재계약이 당연한 바람이다. 하지만 선수의 목표에 대해 내가 뭐라 할 수 없다. 구단에서 최선을 다해 주리라 믿는다. 만약 떠난다면 빈자리를 채우는 일도 감독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두산은 끈끈한 팀 컬러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어떤 순간이든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두산다운 야구는 바로 이기는 야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수분 야구는 감독이 억지로 만드는 건 아니다. 감독은 기회를 줄 뿐이다. 젊은 선수들이 노력해서 차지해야 한다. 이번 훈련의 초점도 거기에 있다. 취약한 중간 투수 보강은 고민거리”라고 덧붙였다.

초심을 강조한 그는 “우승의 기쁨은 다음 날로 잊었다. 정상은 지키는 게 아니라 늘 도전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감독 부임 첫해에 팀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김 감독은 어느새 새로워진 몸과 마음으로 내년 시즌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사이토=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태형 감독#김현수#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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