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오타니가 있다면, 한국에는 ‘나타니’가 있다? ‘투수 나성범(NC)’의 공을 유일하게 타석에서 확인한 오재원(두산)이 대표팀에서 일본 투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의 대항마로 나성범을 외쳤다.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이 벌어진 지난달 24일 마산구장. 나성범은 4-6으로 뒤진 9회초 2사 후 우익수에서 투수로 자리를 옮겨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미디어데이 때부터 마지막에 나성범을 내겠다는 약속을 한 NC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에 결국 그를 마운드로 호출했다. 나성범은 두산 첫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에게 초구에 좌전안타를 허용했지만, 오재원을 3루수 앞 땅볼로 요리하며 자신의 프로 첫 등판을 마쳤다.
연세대 재학 시절, 한때 메이저리그 진출 이야기까지 나왔던 ‘좌완 파이어볼러’ 나성범은 4년 만에 오른 마운드에서 시속 140㎞대 후반의 강속구를 뿌렸다. 초구를 보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오재원의 표정도 화제였다.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대표팀에 합류한 오재원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초구가 들어온 뒤 잠깐 ‘어디서 많이 본 공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생각해보니 (류)현진이의 공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성범이가 야수를 하다 오랜만에 올라와서 그런지 직구가 휘어져 들어왔다. 마치 컷패스트볼 같더라. 140㎞대 후반의 컷패스트볼에 훈련 조금만 더 하면, 150㎞도 던지겠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오재원은 나성범을 향해 “변화구 하나만 추가하면 정말 통한다. 일본에 오타니가 있으면, 우린 ‘나타니’가 있다. 네가 오타니를 이길 수 있다”며 투수 겸업을 부추기기도 했다. 투타를 겸업하는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에 빗댄 것이다.
물론 투수 나성범에게 당한 타자 오재원 혼자만의 바람이었다. 나성범은 “투수는 그날로 끝이다. 내가 선택한 건 타자다. 하나만 잘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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