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서건창의 야구, 이제부터 시작인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8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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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서건창. 스포츠동아DB
넥센 서건창. 스포츠동아DB
작년 PS 부진·올시즌 3개월 부상 공백
만회 기회 맞은 가을야구 “내 역할 안다”


“준비를 정말 많이 했는데….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넥센 서건창(26·사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숨 가쁘게 달려온 페넌트레이스. 지난해 버금가는 활약을 위해 겨우내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그러나 개막 직후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4월 9일 잠실 두산전. 서건창은 9회초 무사 1루서 노히트노런을 기록 중이던 두산 유네스키 마야를 상대로 1루 땅볼을 친 뒤 병살을 막기 위해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그러다 그만 사달이 났다. 수비수와 부딪히며 오른 무릎 후방십자인대를 크게 다쳤다.

재활까지 최소 3개월. 넥센과 야구팬, 그리고 서건창에게 모두 청천병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시즌의 3분의 1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2년 연속 200안타 도전도 그렇게 끝났다. 그는 “아픔 속에서 공부가 된 시즌이다. 야구할 날이 많이 남아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배울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 무대는 끝나지 않았다. 가을잔치가 남아있다. 그의 진짜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해에는 창단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만나 2승4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서건창은 정규시즌 타격(0.370), 최다안타(201개), 득점(135개) 부문에서 1위를 휩쓸었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선 제 몫을 못 했다. 타율 0.174, 4득점에 그쳤다. 그는 “아쉽고 분해서 울컥했다”고 1년 전의 아픔을 떠올렸다.

그래서 올 가을을 벼르고 별렀다. 그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독이 될 수 있다. 의욕이 앞서선 안 된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는 말로 다부진 속내를 드러냈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3위를 놓고 시즌 막판까지 두산과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끝내 4위로 밀렸다. 목표했던 우승을 위해 가장 밑바닥부터 출발해야 한다. 11번의 승리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길임을 서건창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서건창은 “작년은 플레이오프부터 뛰었지만 올해는 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려움을 말하지만 오히려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게끔 나부터 잘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내 역할을 안다. 타석과 누상에서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어야 한다. 실수를 유발하기 위해 꾸준히 압박감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목동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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