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래·김태영·김병지 “소통은 전남 따라올 팀이 없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8일 05시 45분


전남에서 한솥밥을 먹는 1970년생 동갑내기 김병지 골키퍼(왼쪽), 노상래 감독(가운데), 김태영 코치는 각기 직책이 다르지만 ‘서로 불편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팀의 재도약을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전남에서 한솥밥을 먹는 1970년생 동갑내기 김병지 골키퍼(왼쪽), 노상래 감독(가운데), 김태영 코치는 각기 직책이 다르지만 ‘서로 불편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팀의 재도약을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 70년생 동갑내기 ‘절친’ 노상래 감독·김태영 코치·GK 김병지

노상래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느낌와”
김태영 “역할이 다르니 확실한 선이 필요”
김병지 “전략을 녹아들게 하는건 내 역할”


‘감독은 가장 나이가 많고, 코치가 다음이고, 선수들은 어리다?’

편견을 깨야 할 것 같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감독·코치·선수가 모두 친구다. 1970년생 동갑내기 노상래 감독은 김태영 코치, 골키퍼 김병지와 함께 유쾌한 길을 걷는다. 직책은 달라도 사석에선 허물없이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다. 서로 신뢰하고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장점도 많다. 특히 ‘같은 경험’이 시너지다. 스포츠동아는 전남 트리오와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키워드 토크를 했다.

● 친구

노상래(이하 노)=주변에서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그런데 좋은 점이 더 많다. 함께 한 공간에서 뛰고 숨을 쉬었다는 게 얼마나 좋나. 사석에선 ‘동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태영(이하 김)=역할이 다르니 확실한 ‘선’이 필요하다. (김)병지는 팀 고참으로 선수단 구심점, 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솔직히 감독님(철저히 ‘님’을 붙였다)이 마음을 닫아버리면 가능할 수 없다.

김병지(이하 병)=지도자들이 전략을 짜면 난 최대한 완숙하게 녹아들게끔 한다. 수행 능력 극대화? 우리가 친하지 않았으면 이런 힘도 없을 거다. 서로 안 맞고, 싫고 그런 게 없다.

노=솔직히 대화하다 지친다. 하도 말들이 많아서. 친구들의 눈빛만 봐도 각자 뭘 원하는지 느낌이 온다. 내가 ‘아’ 하면 ‘야’를 외쳐준다.

김=소통에서 우릴 따라올 팀이 있을까 싶다. 확실한 조화가 이뤄졌다.

병=난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사실 올 시즌 끝나고 은퇴하는 걸 염두에 뒀는데, 오히려 말리더라. 지도자는 은퇴 후 언제든 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남기지 말라고 하더라.

● 현역

노=제대로 못 뛰면 잘라버릴 텐데, 사실 병지가 아주 치밀하다. 생각도 깊고, 결정도 빠르다. 모든 면에서 명확하고 확실한 친구다.

김=감독님도 만만치 않다. 선수 시절에는 털털하고 사람 좋은 성격이었는데, 지도자가 돼 성향도 바뀐 것 같다. 완벽주의자가 되려나?

병=내가 보기엔 김 코치도 바뀌었다. 월드컵대표팀 코칭스태프를 아무나 하나? 성숙된 느낌이다. 노 감독은 그저 순둥이였는데 세밀한 남자가 됐다.

노=솔직히 오래 현역 생활을 하는 병지가 부럽진 않은데, 가끔 화가 날 때도 있다. 나랑 김 선생은 작전 짜고, 명단 만드느라 골머리를 앓는데 마음 편히 볼 터치를 하는 모습을 볼 때란. ‘확, 공을 빼앗아버릴까’ 싶다.

병=아이고, 그러지 마. 놀면서도 다 생각을 하고 있어.

김=나도 필드플레이어로 36세까지 했으니 유니폼이 그립진 않은데, 병지가 웃으며 뛰어놀 때는 조금 짜증나기는 해.

● 전남

노=우리가 갈 길이 멀지. 그래도 외롭지 않다. 김 선생은 전략과 전술적 폭을 넓혀주고, 병지는 킥이 약하고 정확도가 떨어진 걸 빼면 완벽한 실력을 갖췄으니 얼마나 행복해.

김=선수들도 칭찬하고 싶다. 의지? 전력은 조금 약해보여도 전남만의 뭔가가 있다. 모래성보다는 차곡차곡 쌓인 블록이 더 단단하듯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다. 위기 상황을 잘 대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서 병지 역할이 중요하다.

병=우리의 방향은 확실히 정해졌다. 다른 후배들이 말하던데, ‘전남은 까다롭다’는 평가가 많다더라. 쉽지 않은 팀이 된 건 분명하다. 투자대비 고효율? 짜임새도, 저항력도 갖춘 좋은 팀이 돼 가고 있다.

노=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고 싶다. 그저 ‘6강’에 초점을 맞춘 것도 아니다. 시즌이 끝난 뒤 합리적 결과를 낸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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