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가만히 앉아서 “만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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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동부 패하면서 5시즌 만에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 확정

亞경기 지휘, 시즌전 팀 비운 유감독 벤슨 퇴출→라틀리프 중용 도박 적중
기둥 양동근 체력 유지가 PS 관건

프로농구 모비스가 프로농구 역대 팀 최다인 6번째 정규리그 우승 고지에 올랐다. 모비스는 1일 2위 동부가 3위 SK에 69-75로 패하면서 남은 2경기의 결과에 관계없이 2009∼2010시즌 이후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사진)조차 기대하지 않았던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가드 양동근(34)의 활약이다. 유 감독은 시즌 초반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서자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농구 대표팀에 합류했다가 돌아온 ‘대들보’ 양동근의 출전 시간을 늘렸다. 2일까지 양동근의 올 시즌 출전 시간은 경기당 평균 34분 55초다. 2004∼2005시즌에 데뷔한 이후 9시즌 통틀어 가장 길다. 유 감독은 우승이 확정된 뒤 “동근이가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잘 견디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 줬던 게 우승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26)의 성장도 큰 힘이 됐다. 라틀리프는 시즌 전까지 로드 벤슨의 보조 외국인 선수였다. 로드 벤슨이 시즌 전 돌출 행동으로 팀에서 퇴출되면서 유 감독은 과감하게 라틀리프를 중용했다. 특히 공격에서 양동근과 호흡을 맞춰 다양한 부분 전술을 하도록 주문했다. 벤슨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량 노출이 적었던 라틀리프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상대 팀들은 시즌 내내 라틀리프 수비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SK 전희철 코치가 “모비스전에서는 라틀리프 막을 생각만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출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라틀리프는 올 시즌 2일까지 경기당 29분 4초를 뛰며 평균 20.15점을 올렸다. 경기당 17분 24초를 뛰면서 평균 10.41점을 기록한 지난 시즌에 비해 득점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리바운드도 지난 시즌의 두 배인 경기당 8.8개를 잡아내며 모비스의 골밑을 굳게 지켰다.

유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들의 공도 컸다. 유 감독은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팀에 나가 있는 동안 팀을 이끈 코치들의 역할도 우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조동현 코치는 지난 시즌 우승 전력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시즌 전 조직력을 가다듬고 ‘식스맨’들의 기량 향상에 주력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모비스는 열흘 가까이 주전들의 체력을 비축할 시간을 벌었다. 유 감독은 주전들을 중심으로 시즌을 치러 온 만큼 전술적으로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SK의 애런 헤인즈에 대한 지역 수비와 동부의 빠른 2 대 2 공격에 대한 수비 전술을 세밀하게 가다듬을 예정이다.

문제는 양동근의 체력이 얼마나 버텨 줄 수 있는지다. 포스트 시즌의 한 경기는 정규 시즌 3, 4경기와 맞먹을 정도로 체력 소비가 크다. 따라서 양동근의 체력을 유지하는 한편 양동근에 대한 상대 팀의 강한 압박을 뚫는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유 감독이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모비스#우승#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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